[파주출판]보림출판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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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출판사 사옥도 구경했는데요.
지난번에 소개했던 “열린책들” 사옥의 경우처럼 “힘마건축”에서 디자인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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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개의 직육면체들이 느슨하게 나열되어 있는 구성인데요, 오른쪽 가장자리의 직육면체 덩어리는 힘마건축의 디자인답게 부정형의 조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제스춰가 컨텍스트의 분석에서 비롯된 것인지, 내부에 수납되는 프로그램을 반영한 결과인지 멀리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멀리서 볼 때는 제법 그럴듯 합니다만, 가까이에서 보면 문자 그대로 “안습” (안구에 습기가 찬다는 뜻의, 지상렬 스타일의 어휘) 이었습니다. 다음에 다루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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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판으로 마감된 직육면체 덩어리를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타공 판넬이 등간격으로 나뉘어지지 않은 점이 눈에 띄네요.
그리고 타공패턴의 변화로 면분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공패턴의 변화로 이루어지는 면분할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부정형의 조형을 성취하고 싶다는 힘마건축의 디자인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만, 워낙에 자의적이고 감각에만 의지하는 패턴이라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다지 잘 된 패턴 같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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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 판넬들이 매끄럽게 하나의 평면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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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큰 구멍 패턴의 타공판과 작은 구멍 패턴의 타공판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면분할을 하고 있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런 점이 “글로벌 메이져 아키텍트”의 작품과 차별되는 장면인 듯 합니다.
예를 들어 “헤르조그”였다면, 다른 패턴의 타공판들을 이어붙여서 하나의 타공패널을 만드는 식이 아니라, 하나의 철판에 다양한 패턴을 적용하여 매끄러운 타공패널을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그런 식이라면 패널 하나하나의 패턴을 맞춤으로 “찍어내야”겠죠.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식으로 풀어낸 작품이 이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글로벌 메이져 아키텍트”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이 투자되는 “시장”에 끼어들 수 있어야 하겠는데요.

뭐, 그게 결국 “아카데미권력”(유명 건축학교에서 배웠고, 지금은 강의를 하며 이론을 다듬고 있다는 식의)과 “매스컴권력”(유명 건축잡지 또는 단행본 발표를 통해 꾸준히 텍스트와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컨텐츠와 네트웤을 갖추었다는 식의) 따위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에 더해서, 주어진 여건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극한으로 디자인을 펼쳐서 구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시행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식상한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맨날 “미다래초밥”만 만들던 조리사에게 갑자기 최고급 참치 뱃살을 준다면, 그 재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조리해내기가 쉽지 않겠죠. 또한 제 아무리 어떤 다른 경로로 유명해 진 조리사라도 실력이 없다면 굴러 들어온 기회를 감당해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도 있고요.

습관적으로 제 개인적인 처지를 비관하며 실력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결국은 실력의 문제이고, 저에게 결여된 것은 “좋은 여건”이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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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패널들이 하나의 매끄러운 평면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이렇게 일부 패널들은 열리고 닫힐 수 있도록 되어 있더라구요.

또한 타공판 너머에는 평범한 히든바 형식의 커튼월 마감임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식의 이중 스킨이 건축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와 보이지만, 시공비용 대비 실제 사용의 측면에서는 그 정당성이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시야를 걸러내어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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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내부 공간에서 경험될 “현상적인 효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인데요. 결국 이중스킨의 정당성은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죠.
아, 거기에 더해서 햇빛을 적당히 가려주어 냉방 부하를 줄일 수 있고, 직사광선을 차단하여 컴퓨터 모니터에서의 난반사를 줄일 수도 있다는 잇점을 어필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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