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바젤에서 찍었던 사진을 올립니다.
전날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건물을 찾아가기로 했어요.
5년전 엘크로키 라는 작품집에서 보았던 건물.
직접 보게 되니 반가왔어요.
초기작이고.
예전 건물에 유리로 스킨을 만들어 씌운 것인데요.
“technologically overdone” 즉, 기술적으로 과잉표현되었다.. 라고 작가 스스로 표현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원래 건물은 직사각형 평면에서 한쪽 모서리가 비스듬하게 깎여져서 결과적으로 오각형이 된 것이었는데, 유리스킨을 씌우면서 직사각형으로 보정되었구요. 그래서, 비스듬하게 깎여졌던 부분에는 원래 거대한 부조가 붙어있었는데, 그게 가려지게 되었던 것이죠.
(그림으로 설명하면 쉬울텐데, 말로 하려니 좀 거시기 하죠.)
아무튼 그 부분을 찍은 것인데, 자세히 보시면 유리 너머로 부조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유리너머로, 비스듬한 면과 새로운 유리면이 만들어 내는 삼각형 사이공간이 보이는 거죠. 아무튼, 제법 멋진 부조였다고 기억되는데, 그걸 유리로 다 막아버리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 참으로 맑고 투명한 유리… 우리나라는 빗물이 탁하기 때문에, 꾸준히 관리를 안 해 주면 이런 유리면을 유지하기가 힘들죠. 아무튼 여러가지 이유로, 우리나라는 건물을 뽀다구나게 만들기가 참 힘든 나라인 것 같습니다.
“숨은바”로 유리를 잡았는데, “ㅗ”자 로 잡은 것이 아니라, “ㅛ”자로 잡아서, 유리와 유리 사이에 철물의 단면이 두개가 보이고, 철물단면 사이에도 공간의 깊이가 표현됩니다.
먼 곳에서 보면 그다지 표현이 안 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본 “숨은바”방식의 커튼월 건물들은 다 이렇게 해 놓았더라구요.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여러가지 시스템의 유리들…
유리를 조각내어 루버처럼 해 놓은 것인데,
나중에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기후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보기엔 그럴듯 하지만.
과잉기술표현.. 이라는 디자이너 자신의 평이 동감되는 부분입니다.
유리스킨의 단위유리마다 실린더를 달아서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하게 해 놓은 것.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찌되었든, 보기에 좋아 보여서 이것저것 막 찍어댔어요.
이제까지 사진들을 보면서 눈치를 채셨겠지만, 유리에 이렇게 글씨를 붙여놓았어요.
스위스 특유의 정교하고 치밀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표면처리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시도가 시작되었던 시점의 초기 작품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그다지 희한하게 보이진 않는…. 하지만 나중에 나올 건물들의 성격을 암시해 주는, 그런식으로 규정될 수 있을 건물.
suva… 는 사고보험회사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의 현대화재해상보험같은…
안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그렇게 말해주더군요.
실내 로비에서 찍은 것인데.
정말 별것 아닌데. 그냥 유리에다가 글자를 프린트해 놓은 것에 불과한데.
마치 섬세한 발을 쳐 놓은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로비 실내 광경.
광택나는 붉은 색 벽이 강렬해 보입니다.
로비가 아닌, 부출입구에 있던 우체통. 주소도 찍혀있고, 보기에 예쁘고. 그래서 찍었어요.
전면 화단. 화단의 경계벽도, 건물의 디자인에 맞추어 코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