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나와서 되돌아 나옵니다.
느낌이 조금 각별해지네요.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면서 겪게 되는 해방감, 배설을 끝낸 후의 쾌감을 증폭시켜주는 공간연출입니다.
마징거제트 같은 거대슈퍼로봇이 출동하면서 통과하는 통로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마구 뛰어서 달려나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네요.
건물의 용도가 유치원 부속시설 겸 동네커뮤니티 시설이라, 하디드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펼쳐보이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그런 와중에 이런 화장실 관련 공간은 그나마 그러한 의도를 비교적 충실히 발현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정의 형상이 길다란 공간의 속도감과 역동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만, 그다지 충분히 강렬하게 표현되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평범하게 솟아 있는 기둥때문에 그러한 것 같습니다. 저렇게 얌전하게 세우지 말고, 좀 더 날렵하고 비스듬한 식으로, 랜덤한 느낌으로 계획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편, 필립 슈탁 디자인의 의자가 반갑더라구요.
바깥에서 보았던 나무 마감의 요소가 덩어리로 연출되어 건물 안팎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흔한 수법이긴 하지만, 좋아 보였어요. 건물의 얼개를 직관적으로 설명해 주니까요.
몇 해 전 잡지에서 보았던 사진들은 여기서 보이는 각종 가구라던지 화분 등이 설치 되기 전의 황량하도록 순수한 공간을 흑백으로 찍은 이미지들이었는데요. 이 사진들보다 훨씬 강렬한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완공 후, 사람 살아가는 흔적이 첨가되면서 그 빛을 더 발하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막 완공된 시점에서 최선의 모습이 연출되는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이 전형적인 후자의 경우겠지요.
멀리 정면에서 보이는 브릿지가 참 역동적으로 보이네요. 사진을 보고 있자니,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자하하디드가 공항터미널 건물을 디자인하면 정말 끝내주는 건물이 나올 것 같은데… 이런 평범한 커뮤니티 홀 보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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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장면인데, 화분이 없었으면 훨씬 더 멋졌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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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검은 계단에 하얀색의 난간이 근사하군요.
대조되는 색으로 인해 계단의 형상이 도드라지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