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빌라사브아/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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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되기 쉬운 도미노 시스템의 공간이 경사로로 인해 크게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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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을 공간구성의 주역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전위성”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고 있습니다.

20세기 막바지의 건축물 중 가장 전위적인 건물로 꼽히는 램 콜하스의 “쿤스트할”에 가장 중요한 주제로, 거의 같은 의미로 인용되어 사용된 사례라던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건축가들 중 하나인 안도다다오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얄팍한 표피상의 “재치자랑”이 아닌, 건축의 핵심으로부터 도발해오는 깊이 있는 전위성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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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예기치 못했던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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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와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늘씬하게 나누어진 창문은 지금 봐도 참 세련되어 보입니다.

2층 부터는 실내에 속했던 경사로가 실외로 나가게 되는데, 이런 설정이 역동성과 풍요로움, 복잡성 등의 미덕을 한결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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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층 경사로의 시작에서 보았던 회전계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여전히 하나의 조각품처럼 근사하게 잘 빠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옹벽을 안전을 위해 필요한 높이까지 다 올리지 않고 중간에 멈춘 뒤 나머지는 스틸 파이프 손스침으로 처리한 점,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옹벽을 끊고 얇은 슬릿으로 처리한 점, 곡선부 원형의 중심점 부분에 손스침과 같은 스틸 파이프를 세운 점 등이 눈여겨 볼만 하겠습니다.

요소를 다루고 연출한 방식을 눈여겨 보고 있노라면, 정해져있는 형식에 맞추어 정갈하게 써내려간 시조 또는 하이쿠 등의 문학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후기 이전의 르 코르뷔제의 작품이나 리차드 마이어, 안도 다다오 등의 작품을 보면서 곧잘 느껴지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건물 전체가 마치 약속해 놓은 형식에 맞추어서 솜씨있게 잘 써내려간 텍스트처럼 다가오는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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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침실부분으로 들어가는 복도입니다.
좁고 높은 복도와 벽면에 칠해진 대담한 색깔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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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끝, 방의 시작 지점에는 천창으로부터 환한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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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뚜렛에서도 비슷한 상상을 했었는데요. (참조글참조)
어쩔 수 없이 안도 다다오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르 코르뷔제는 참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금까지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소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네오 코르뷔지언 스타일리스트들이나 리차드 마이어 같은 사람들과 안도 다다오를 구분짓는 경계는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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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요소의 분리를 표피의 극단, 모서리의 극단까지 끌고 나가는 것은 훨씬 이전에 모더니스트들 사이에서 합의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소의 접합부에 대한 이런 해석, 이런 연출이 한동안 잊혀졌다가 이제 와서 스타일상의 연출기법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좀 희한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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