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본 모습..
세로방향으로 붙인 H 형강들이 (미스답지 않게) 그냥 모양으로 붙은 군더더기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형강과 유리의 경계, 형강과 금속판의 경계, 유리와 금속판 사이의 경계의 수법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자세히 보니 테두리를 “기역자” 모양 단면의 액자로 둘렀더라구요. 그래서 요소들의 경계에 다소 애매한 그림자가 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유리 테두리와 유리 위아래 금속패널 테두리에 살짝 어두운 얼룩이 지는 듯한 효과가 나고 있는 것이었어요.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요소들의 면은 칼로 자르듯 도드라져 보이는 동시에, 어떤 경계들은 살짝 뽀얗게 흩어지는 (blur) 듯한 모습.
유리 위 아래의 금속 패널과 유리 테두리에 “기역자” 단면의 액자가 둘러져있지 않았더라면, 많이 썰렁했을 거란 상상을 해봅니다.
그다지 깊지 않은 공간과 단순한 구성 속에 슬쩍 심어 놓은 신비.
디테일의 신비와 늘씬한 비례감이 빚어내는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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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액자들은 수직 방향의 형강과 더불어, 기능과는 별로 상관 없는, 표현을 위한 군더더기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흔히 미스를 이야기할 때 “적은 것이 많은 것” (less is more) 어쩌구 하는 말을 염두에 두면서 표현을 절제하는 금욕적인 수도사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만, 이런 장면을 보면 딱히 그러하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감각적인 표현에도 뜨겁게 몰두하는 스타일리스트적인 면모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가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돌프 로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장식은 죄악” 어쩌구 하는 말로 유명한 건물인데, 막상 사진을 보니 의외로 뜬금 없는 장식들(articulation)이 풍성해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한참 사진을 찍었는데요…
이런 광경에 몰입하는 모습에 그닥 공감이 가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멀리서 보아도 금속 패널 테두리가 살짝 뽀얗게 블러(blur) 되는 효과가 제법 느껴집니다. 자세히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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