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9

지난 26일, 사용승인이 임박한 가운데, 붙박이가구와 조명이 설치된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현관. 신을 신고 나가기 직전 보이는 모습입니다. 신발을 비추는 낮은 조명, 한쪽에 마련된 신발장, 그리고 바깥 형편을 미리 살필 수 있게끔 낮게 뚫어놓은 창문.

현관 앞 복도 너머 보이는 손님방.

가족실에 연결된 계단에 걸터앉아 올려본 모습. 동선과 시선이 겹치는 곳.

계단을 올라와서 주인침실 방면을 바라본 모습. 조명과 붙박이가구가 설치되니 생각했던 미장센이 완성됩니다. 책을 비롯한 살림살이로 채워져서 펼쳐질 또 다른 풍경이 기대됩니다.

동선과 시선이 교차하는 곳은 가족실. 가족실의 완성은 빅테이블. 가족들이 우연처럼 마주치며 서로를 새삼스래 발견할 기회가 많이 생기는 집이기를 바랬습니다.

부부침실 앞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본 모습. 유리는 대체로 투명해보이지만 시선이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거울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파란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실내풍경이 살짝 반사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세모난 고창에는 커텐도 블라인드도 달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 열려있게 되는데, 높이 달려있는 창이기도 하고, 단독주택단지라 고창을 통해 내려다볼 만한 건물도 없어서,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은 걱정 없습니다.

윗사진의 은빛 대형청소기가 있던 곳에서 자녀방 방면을 바라본 모습. 공사중에 곧잘 찍었던 장면입니다.

지붕의 아랫면은 지붕모양 그대로 천정이 됩니다. 사실 지붕모양 자체는 다소 식상한 조형인데, 아래에서 올려본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역동적이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천정은 조명기기나 센서 등, 아무런 군더더기도 붙지 않은 순수한 백색의 판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큼지막하게 접힌 백색의 판을 빛줄기들이 두서없이 물들입니다. 물든 빛은 접히고 꺾인 판의 조형을 도드라지게 합니다.

역시 공사중 곧잘 찍었던 앵글.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8

사용승인을 앞두고 한창 마감 마무리중인 현장. 며칠 전의 모습입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뒤돌아, 주인침실방면을 바라보는 장면. 집을 대표할 만한 이미지가 될 텐데, 햇볕 효과는 걱정했던 것 만큼 현란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시각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일종의 해시계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들락거리는 세 자녀분들의 시점으로는 부모님의 캐릭터, 부모님의 인기척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되리라 생각했고, 그래서 무대처럼 보란듯 멋지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래도 어색해 보입니다. 붙박이 가구가 날개벽까지 꽉 채우게 들어서고, 복도 한켠에 허리높이까지 책장이 들어서야 비로소 완성된 미장센이 됩니다. 기대 반 걱정 반.

따님방과 아드님방으로 연결되는 긴 복도. 유리는 대체로 투명해 보이지만,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불투명한 벽이나 영상을 반사하는 거울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늘어선 유리 고창(clerestory)들은 시점과 상황에 따라서 유리와 거울의 조합처럼 느껴질텐데, 그게 삶의 생생함, 삶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맨 끝의 아드님방. 아이레벨에서는 아껴아껴 최소한의 소통을 위한 창을 뚫는데, 고창이 있기에 전혀 갑갑하지 않습니다.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열리는 창문은 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고창을 통해서 흘러가는 구름과 변하는 햇볕이 보이고, 고정된 집 안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는 배나 비행선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저 만의 착각일지도요.

따님방. 인테리어를 맡아주신 전진화실장님의 배색 감각이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벽면색감과 뻐꾸기창은 다소 보수적인데, 천정으로 조성되는 공간의 윤곽은 대담해서, 좋은 대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유리고창이 차광이나 차음에는 불리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족 사이의 프라이버시가 어느 정도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들의 방이 호텔방처럼, 완전히 밀폐되는 블랙박스가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런 필요는 과연 언제부터 당연한 조건이었나, 의심합니다. 불과 몇십년 전의 일입니다. 방과 방 사이가 종이 한 장으로 구획되었던 적도 있었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살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사생활 나누기의 빈틈에서 가족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기회가 생기고, 가족들 각각의 삶이 겹쳐지고 소통되는 가능성이 생긴다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자아를 강조하는 담론(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에는 가족산업, 가족전통, 가족공동체를 해체하여 다량의 노동력을 확보해야 했던 산업혁명 초기의 기획이 깃들여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주인침실. 초록벽 너머 부부욕실과 파우더룸까지 더하면 넉넉한 마스터배드룸존이 됩니다만, 침실만으로는 아드님방과 따님방과 비슷하게, 콤팩트한 스케일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7

지난 11월5일과 11월20일, 감리 나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외장마감 막바지, 비계 해체하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 모습을 최종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빗물홈통 도장이나 지붕 모서리 등, 마무리 몇몇 작업으로 인상이 많이 달라집니다. 지금은 설계 단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이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았었나, 하는 뒤늦은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막을 걷어내니 몇 달 전 모니터로 보았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되돌아보면, 이 시점에서 마땅히 확인했었어야 하는 몇 가지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나름 다짐하고 방문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새롭게 발견되는 풍경들에 압도되어 보아야 할 것, 이야기해야 할 것을 놓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역시 뒤늦게 후회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 현장은 김호기 소장님께서 흑심 없이 성실히 관리해주셔서 그런 후회가 아주 적은 편입니다.

내부마감이 시작되면서 공간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진행중인 현장의 풍경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천정마감의 접힌 각도를 맞추기 위해서 애써주시는 모습.

엇그제 찍은 사진들. 비계를 완전히 해체하고 마감을 마무리하니 사뭇 다른 인상이 됩니다. 사실은 현장에서 보내오는 사진들을 보며 조금 당황해하고 있던 터였습니다만,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도했습니다. 선홈통이 연출하는 장식적인 효과는 상상했던 것 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마감이 붙고 공간의 윤곽이 온전히 드러나니 비로소 공사 막바지임을 실감합니다. 바깥에서 선홈통이 드러내고 있던 장식 효과. 실내에서는 군데군데 불쑥불쑥 드러나는 중목구조체가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원하는대로 유리가 잘 세워질 수 있을지, 유리가 세워지면 공간 이미지는 또 어떻게 달라질 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집이 여러 방향으로 길쭉길쭉해서 볼거리는 많습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계절이 바뀌면서 집 안 풍경이 다양하게 변화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긴 복도를 통해 드러나는 지붕 아래 천정의 공간감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천정 마감공사를 해주신 내장목수팀 어르신들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6

지난 10월30일 목요일 현장 감리하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내부에 연질수성폼으로 단열층을 더한 후의 모습입니다. 천정은 필수, 벽면은 외단열이니 법적 기준만 생각하면 안 해도 되는 것인데, 보완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였습니다. 이제 저 위에 인테리어 마감의 바탕이 되는 석고보드를 부착하게 됩니다.

계단과 보이드에 맞물려 뚫려있는 ‘대화의 창문’… 사진의 정면은 부부침실, 사진의 왼쪽은 따님방입니다. 목재루버 덧창을 붙일 예정입니다.

1층 가족실에서 올려보면 접힌 지붕 아래, ‘대화의 창문’이 보입니다. 한 명 한 명의 가족들에게, 집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따님방 안에서 ‘대화의 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계시는 전진화실장님과 건축주님이 협의하고 계시네요.

눈높이의 대화의 창 너머 보이는 모습과 벽면 위 고창 너머 보이는 모습이, 시선의 깊이, 거리감이 다릅니다. 저는 이런 장면이 좋습니다. 입체감이 활성되어 눈이 즐거워지고 머리가 서늘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감각을 평범한 일상의 일부로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고창을 배경으로 중목구조체와 철물보강 부재가 드러나는 것은 보너스.

때마침 세종시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해석건축사사무소 장원석소장님과 호림건축사사무소 김준희소장님도 구경와주셔서, 사진에 담겼습니다.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수직 벽면과 가파르게 올라가는 (지붕밑) 천정면이 겹쳐보이는 모습. 벽면은 벽지, 천정은 도장마감 예정인데, 마감되었을 때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길게 뻗은 복도는 일소점 투시의 훌륭한 틀이 됩니다. 이 장면에서도 역시 시선의 깊이 차이, 거리감의 차이가 생깁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간 구석구석을 더듬게 됩니다. 시각이 촉각처럼 작동하는 즐거움을 느끼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시점이 변함에 따라 접혀있던 면들이 틈을 드러내며 펼쳐집니다. 벽지의 질감과 천정면의 질감이 보기 좋은 대조를 이루기를 기대합니다.

하우스컬쳐 김호기소장님께서 현장관리, 일정관리를 워낙 열심히 해주시는 덕분에,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장 타일 마감의 줄눈 느낌을 보여주신다고, 급하게 분진막을 걷어주셨습니다.

늘씬한 ‘롱브릭’을 가운데 맞물려 쌓으니 더 기분좋은 비례가 되었습니다.

모서리는 두 면의 타일들이 번갈아 단면을 노출하며 맞물리는 식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두툼하고 묵직하게 연출하기 위함인데요. 마감을 얄팍하지 않게 연출해달라는 것은 건축주 내외분께서 몇 번이나 강조하셨던 요구사항이기도 합니다. 재료의 특징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이런 디테일이 저는 참 좋습니다. 비유하자면 재단된 단위 옷감들을 한땀한땀 연결하는 스티치 같은 거랄까요. 청바지에서는 스티치나 리벳, 단추 같은 것들이 요긴한 장식이 됩니다. 단순한 덩어리를 바탕으로 미니멀하게 마무리되는 마감에서라면, 이런 정성이 큰 의지가 됩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5

현장사진들입니다. 지붕의 중목구조틀이 올라서고, 내장 마감을 위한 틀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1층 가족실

1층 천정은 2층의 바닥이기에 평평합니다. 왼쪽으로는 옷방으로 통하는 통로가, 오른쪽으로는 현관으로부터 이어지는 복도랑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의 옆면은 조형적으로 흥미롭거니와, 입체적인 공간과 움직임을 담아내는 틀이기도 합니다. 가능한 감추지 않고 ‘보란듯 드러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계단과 맞물린 보이드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내부 비계와 작업발판이 해체되고 나면 햇볕이 좀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 1층 가족실의 공간 윤곽은 평면은 기능적인 요구에서, 높이는 감각적인 요구에 맞춘 결과인데, 각각의 요구를 입체적으로 결합한 지금의 상황은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2층 계단에서 주인침실을 바라보는…

계단으로 올라와 주인침실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왼쪽에, 지붕까지 올라가는 벽면이 보입니다. 지난번 나비지붕집의 스타일과 다르게 처리된 부분입니다. 나름의 진화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주인침실…

움직임에 따라 벽과 지붕 사이 틈이 벌어지면서 접힌 지붕이 펼쳐지는 듯 보입니다.

주인침실에서 계단실 방면으로 돌아보는 …

주인침실로 들어와서 계단실 방면을 되돌아 본 모습입니다. 시점이 변함에 따라서 지붕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접히고 펼쳐집니다.

지붕을 최대한 얇고 가벼운 이미지로 처리하고, 지붕과 본체와의 접점을 문자 그대로 ‘점’으로 연출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장면입니다. 중목업체가 제안해주신 디테일이 빛나는 모습입니다.

따님방에서 계단실 방면으로는 아치모양의 귀여운 창을 두었습니다. 계단과 보이드를 두고 시선과 움직임이 맞물려 교차하는 상황을 상상하였습니다.

접히면서 꿈틀거리는 천정. 천정의 아래에서 멈춘 벽. 꿰어 뚫으며 길게 뻗어나가는 복도.

구조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데, 단열재 채우고 마감으로 막으면 좀 더 추상적인 하얀 면으로 연출됩니다. 그 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달라 보이겠습니다.

벽면의 각목은 내부 단열 보강을 위해, 그리고 마감벽면을 조성하기 위해 붙여놓은 것인데, 건축가로서는 마감하기 전 지금의 모습이 더 끌립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4

며칠 전 현장 사진들을 올립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1층과 2층 벽체 콘크리트 조성을 마치고, 중목으로 지붕 구조를 세우는 모습입니다. 이제야 집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지붕이 좀 껑충하게 높아보이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은 비례로 보여 안심했습니다. 이번에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쳐의 김호기 소장님은 일단 성실하시고, 일본계 단독주택 시공회사 등 알찬 경력을 쌓으셔서 전문지식도 많으십니다. 현장정리정돈 등 기본기가 탄탄하여 현장 방문할 때 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사진도 참 잘 찍으십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우여곡절을 거쳐, 지구단위계획에 타협한 지붕디자인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중목구조는 수피아에서 맡아주셨습니다.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순발력있게 제시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이렇게 뼈대만 올라온 모습이, 조형적으로는 참 인상적입니다. 농담삼아 이 단계에서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뼈대만의 조형은 조만간 사라지겠지만, 뼈대로 이루어지는 면의 조형은 고스란히 실내에서 느껴지게 됩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설계하면서 늘 상상하던 스케일인데, 막상 몸으로 겪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진 :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님

뼈대의 조형이 가려지는 것도 아쉽지만, 뼈대와 뼈대를 잇는 상세 또한, 마감으로 가려버리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내 고창이 뼈대와는 다른 윤곽으로 세워질 것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중목 부재를 연결하는 일부 철물들은 단지 연결의 역할을 넘어, 사실상의 주된 구조체 역할을 합니다. 이런 구조체는 외벽 고창을 통해 안팎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중목업체의 적극적인 제안 덕분에 이런 디테일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사진 : (깊은풍경) 천경환

이런 연결철물 또한 고스란히 노출될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정동 주택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3

오랜만에 포스팅합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바쁜터라, 때에 맞추어 포스팅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세종시단독주택은 지난 7월2일 착공 이후, 12월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시공 진행중입니다.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쳐 의 김호기소장님께서 현장관리를 워낙 꼼꼼하게 잘 해주시는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장 실무에 대해 아시는 것이 많고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많으셔서, 건축가인 제 입장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건축허가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지침 해석 관련 우여곡절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나름의 교훈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립니다. 지난 4월 말의 일입니다.

아시다시피 세종시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유명합니다. 세종시청 건축과와 별개로, 지구단위계획 관련 내용을 담당하는 ‘행복청’이라는 별개의 기관이 있을 정도입니다. 정돈되고 일관된 도시풍경을 연출하기 위함이겠지요. 여러 지침 내용들 중 지붕 모양 관련된 ‘권장사항’이 있는데, 그 권장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완’ 지시가 떨어졌었고, 설계자로서 그 지시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반박 자료를 만들었더랬습니다. 그 자료를 올립니다.

담당 공무원에게 보여드릴 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표지.

문제의 조항이 왜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되어 있는지 짐작하고,
계획된 평면 계획에 권장사항을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면 오히려 불합리하며,
오히려 허가신청 내용이 권장사항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나,
오히려 여러 면에서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
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도 만들고 모형도 만들어서 협의를 해보았으나,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구단위계획 권장사항에 맞춘 지붕디자인의 대안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서 시공 중입니다. (아마도 다음 포스팅에서 보여드리게 되겠지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지구단위계획지침은 정돈되고 일관된 도시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설정된 약속입니다. 결과적으로 개별 건축가의 디자인 자유를 제약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건축가로서 마땅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형식적으로 지키기 보다는 지침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단위계획지침 적용방침이 까다로워진 데에는,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를 무시하고 지침의 적용을 편법적으로 회피해온 건축가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봅니다. 지침의 적용을 경직되게 주장하는 담당자들의 입장을 그래서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당시의 허가신청안이 지구단위계획지침의 취지에 더 충실한 안이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2

구체적인 평면계획이나 공간구성은 훗날 기회가 있을 때 정리해서 드러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개략적인 내용을 보여드리기로 합니다.

1층을 놓고,
그 위에 2층을 놓고,
지붕을 올리기 전, 지붕과 2층 벽면 상단 사이에 고창(clerestory)를 끼웁니다.
차양, 루버, 선홈통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지요.
이제 그 위에 앞선 포스팅에서 탐구했던 지붕을 올립니다. 지난 원주 나비지붕집에서는 각형강관으로 뼈대를 삼았었는데, 이번은 중목구조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구조층과 단열층을 겹칠 수 있어 지붕 두께를 대폭 줄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접히는 지붕 단면 형상에 맞추어 부재단면을 가공할 수 있으니, 실내 천정 마감면을 만들기에도 조금은 편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주 나비지붕집에서는, 아무래도 처음 시도하는 형식이다보니, 시공과정에서나 사용이나 관리 면에서 교훈으로 삼을만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원주 나비지붕집의 스타일을 한층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하늘 어디엔가에서 모형을 바라보는 시점에서는 올망졸망하게 접힌 면들이었는데, 눈높이에서는 사뭇 다른 인상이 느껴집니다. 어떤 시점에서는 원근감 덕분에 지붕의 방향성, 운동성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의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조각난 지붕 용마루들이 일직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진입하는 도로에서 보면, 역시 의도는 아니었는데, 지붕이 한방향으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의 포스팅은 과거의 기록입니다. 몇 주 뒤, 지구단위계획지침 해석 관련 뜻하지 않은 마찰을 겪게 되고, 지붕 디자인에 변화가 생기가 됩니다.

[깊은풍경]세종시단독주택/01

매체에 실린 나비지붕집이 마음에 들어 찾아 오신 의뢰인.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 맞벌이 젊은 부부와 세 명의 아직 어린 아이들. 다섯 식구가 살아갈 집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세종시 단독주택필지로, 경계를 알아 볼 수 없는 벌판에 자리한 어느 땅입니다. 작은 찻길 건너 커다란 유치원을 마주하고 있고. 조금 멀리 얕은 산이 있고. 아주 멀리로는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길 건너 유치원에게 다정하고 자랑스러운 이웃이 되고 싶습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들에게는 단독주택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마을의 탄생을 알리는 집의 등장이 될 터이니, 뒤이어 들어설 이웃집들에게는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종류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필요한 공간목록과 공간조직, 꿈꾸는 생활상, 개인적인 취향, 꾸려나가고자 하는 가족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설정. 사소하고 소박한 취향. 집에 관련되어 떠오르는 모든 이야기를 두서 없이 편하게 써달라 부탁드렸습니다. 느슨한 수필과 단편소설, 그리고 상품 주문서의 성격이 뒤섞인 글입니다. 가장 유력한 길잡이가 될 글이니, 밑줄 그어가며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습니다.

땅에 집을 어떻게 앉힐 것인지부터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네모 반듯하게 차곡차곡 늘어선 땅에서. 만들어야 하는 면적을 채우면서. 길에서 떨어진 아늑한 마당, 자동차 두 대가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주차장 등,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배치대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곱가지 배치 대안에서 압축된 두 가지 대안. 그 두 가지 중에서 권해드리고 싶은 한 가지의 대안으로, 건축가의 선택은 우여곡절을 거쳐 이미 정해졌습니다. 크고 작은 도면으로 출력해서 찢고 오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설명드렸습니다. 어렵지 않게 동의해주셨습니다.

권해드린 배치 대안에는 간략한 평면 계획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까만 선. 그 선들이 의미하는 공간은 실제로는 얼마나 넓고 긴 느낌인가. 스케일 감각을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낌 없이 커다랗게 출력해서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움직임의 흐름, 시선이 지나가는 길, 가구가 놓일만한 가능성 등을 두서 없이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마구 그어가며 설명드렸습니다. 의뢰인도 다른 색깔의 색연필로 대응합니다. 예전에 정림건축학교에서 써먹었던 스케일 인형이 아주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진행될 설계 일정표를 보여드렸습니다. 설계 과정은 의뢰인도 건축가도 아직 모르는 어디엔가로 함께 떠나는 여행과도 같습니다. 그 속에서 일정표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배치대안과 간략 평면이 정해졌으니, 첫 만남 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두번째 만남에서는 다듬어진 평면계획과 더불어 외장재의 가능성을 탐구했습니다. 너무 실무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조금 느슨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빠듯한 일정이기에 진행속도가 중요합니다만, 그럴 수록 빠뜨리기 쉬운 핵심 가치를 거듭거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만남. 두꺼운 선으로 그렸던 벽에 실제 두께가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면과 더불어 입체 상황을 설명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나비지붕집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취도 있었지만, 실행과정에서의 착오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구축의 측면에서나, 형식의 측면에서나, 조형으로나, 조금 더 개념에 충실하고, 그래서 더 발전된 나비지붕집을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의뢰인도 나비지붕집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찾아오셨으니, 충분히 해볼만한 일입니다.

나비지붕이라는 형식 속에서, 최대한 편견을 버리고 여러 대안들을 만들었습니다.

공간의 배치 상황, 겉으로 보이는 조형, 빗물 처리 등… 고민할 조건들이 몇 있습니다. 결국 선택된 것은 가장 균형잡히고, 가장 규칙적인 패턴을 보이는 대안이었습니다.

나비지붕 조형 탐구와 더불어, 벽두께와 창호, 그리고 수납가구가 표현된 평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평면은 평면대로 계속 다듬어집니다. 모형으로 표현하기 아직은 애매한 것들은 컴퓨터모델링으로 보여드립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 그리고 평면의 상세한 내용. 결국 ‘창문이야기’입니다. 창문 하나하나의 모양, 위치, 여닫는 방식을 말씀드리며, 그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수정을 위한 ‘빨간펜’을 준비했습니다. 원하시는 내용을 모형 위에 주저하지 마시고 그려달라 했습니다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달리 하실 말씀이 없다 하셨습니다.

협의가 끝나고 의뢰인은 떠나시고 혼자 남아서. 선택된 지붕 대안을 얼른 만들어 큰 모형에 올려보았습니다.

1/30 스케일의 큰 모형이다 보니, 실내 풍경 찍기에 좋네요. 1층 가족실. 천정은 높게. 창문은 낮게.

나비지붕의 효과는 길게 뻗은 복도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계단실 겸 가족실로 이어지는 2층. 고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의 효과와 접힌 지붕의 조형 효과가 그럭저럭 상상이 됩니다.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깊은풍경]반곡동주택/06

완공 사진

 

며칠 전, 잡지사에서 소개해주신 사진작가님이 사진을 찍는 사이,

제 나름대로 소니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매체에 실리기 위한 사진 촬영이기에 가구나 소품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찍었는데,

지난 포스팅에 올렸던 인스타그램 사진들에 비해 어색하고 경직된 느낌이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구 어지러운 모습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더 나아보입니다.

 

사진작가님의 관점과 제 관점이 다를 것이기에,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사진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공통점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기대 됩니다.

사진촬영은 결국 상상과 구현의 차이를 확인하는 일이고,

그래서 뿌듯함과 후회가 교차하게 됩니다.

뿌듯함과 후회 모두,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귀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설계자이자 감리자로서, 마감 공사 막판에 이런저런 이유로 현장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고,

시공사 없이 직영으로 모든 공사를 진행하는 건축주께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여러모로 배려해 주시고,

외부 매체 발표를 흔쾌히 양해해주신 건축주 내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층 주방에서 계단과 놀이방, 창 너머 데크를 바라보는 시점. 이전 포스팅에서 올렸던, 인스타그램을 의식한 정사각형 프레임과는 조금 다른 느낌.

거꾸로, 놀이방에서 주방쪽을 바라보는 시점. 어두운 동굴같은 공간이 보이는데, 덕분에 노출콘크리트의 견고한 느낌이 강조됩니다.

동굴들 중 하나는 욕실로 통하는 짧은 복도. 욕실과 식당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곧바로 붙어있는 상황은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그래서 사이 공간을 둔 것이지요. 공간 효율은 조금 떨어지나, 생활의 격과 여유는 높아집니다. 둥근 거울과 조명 연출은 온전히 건축주의 센스. 설계를 진행하고 건물을 짓는 내내 건축주로부터 배운 것이 많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유리 바닥이라는 경계를 관통하기에, 마치 물 속에서 물 바깥으로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초겨울 아침 여덟시 무렵. 매끈한 철판 계단 위에 난간 철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계단의 디딤판과 챌판이 입체로 엮어지기에, 아주 단순한 그림자의 패턴이 의외로 풍요로운 모습을 연출합니다. 사실 이런 장면까지 예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익스팬디드메탈 (철망)을 쓰면서 기대할 만한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점심을 지나 늦은 오후. 햇볕의 방향과 고도에 따라서 실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해진 후, 2층 조명을 켜기 전. 1층에서 유리바닥을 통해 올라오는 빛이 지붕에 얼룩을 그리는 모습.

2층은 사적인 매스터배드룸존과 아주 조금은 공적인 가족실, 두 영역으로 나뉘는 공간 구성입니다. 두 영역을 가르는 벽은 아무런 하중을 지탱하지 않는, 비내력벽입니다. 벽체와 상부 수납공간 사이에는 슬릿이 뚫려 있는데, 마감공사 직전에 결정된 내용입니다.

이 벽은 동쪽을 향해 있기에, 특히 아침 햇볕을 받아 극적인 효과를 연출합니다. 위로부터 차례로, 아침 여덟 시, 아침 열 시, 오후 세 시.

오후 다섯시 무렵. 날카롭게 접힌 지붕 조형은 대체로 삼각형 모양으로 보이는데, 특정 시점에서는 입체가 아닌 평면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해진 직후. 천정은 아무런 조명도, 설비도 달려있지 않은, 그냥 하얀 판입니다. 2층의 모든 빛은 천정판 아래, 벽체 위에서 쏘아 올려지는 간접광으로 연출됩니다. 트랙 위 조명 개수와 각도를 조절하면서 천정판에 펼쳐지는 빛의 얼룩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완만한 각도로 꺾인 지붕판이 실내에서는 그대로 천정이 되는데, 어떤 특정 각도에서는 눈 앞에서 마치 절벽처럼 쏟아지듯 엄습해옵니다. 그 것을 앞서 ‘평면같은 느낌’ 이라 표현한 것이죠.

슬릿 뚫린 벽의 안쪽, 주인침실과 옷방, 욕실, 그리고 그 세 영역을 잇는 파우더룸을 겸한 복도. 슬릿이 숨통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해링본 패턴의 원목마루 또한 건축주의 센스. 공간을 콤팩트하게 엮느라 복도 한편에 놓인 화장대는 깊이가 얕은 편입니다. 그래도 폭이 넓어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한 편입니다.

옷방과 주인침실을 오가는 복도에서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보이는 모습. 매일매일의 아침 햇살이 부디 기쁨으로 다가오기를 기도합니다.

 


 

나비지붕집

이것으로 반곡동단독주택의 ‘작업과정/IN_PROGRESS’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내년 1월 매체에 실린 후, ‘작업결과/PROPOSAL’ 카테고리에 정리 포스팅을 올릴 예정입니다. 그 때, 집 이야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집 이름은 지붕의 모양을 따서 ‘나비지붕집’이라 부르기로.

 


 

[깊은풍경]반곡동주택/01

[깊은풍경]반곡동주택/02

[깊은풍경]반곡동주택/03

[깊은풍경]반곡동주택/04

 

 

[깊은풍경]반곡동주택/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