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빌라사브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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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계단을 통해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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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잠깐 말했었지만, 하얀색 콘크리트와 검은색 쇠파이프 난간이 완전히 별개의 요소로 분리되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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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나무가지처럼 뻗어나가고 있는 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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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에 스윽.. 잠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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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의 굵기. 손에 감기는 느낌. 대략 이 정도였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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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되돌아 본 모습입니다.


3줄요약

1. 2004년 가을, 파리에 있었을 때 찾아갔던 “빌라사브아”

2.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현상적인 아름다움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르 코르뷔제가 꿈꾸었던 “모던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다시 가보고 싶네요.

[파리]빌라사브아/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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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왔던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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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었다기 보다는 그냥 되는대로 편하게 해놓은 듯한 모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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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자갈이 깔려있는 옥탑 바닥과 완만한 비탈로 되어 있는 파라펫 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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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층에서 보았던 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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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냥 편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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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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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빌라사브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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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를 타고 마지막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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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마름모꼴로 나뉘어진 신축줄눈이 눈길을 끌었어요.

편하게 나눈 것이죠. 줄눈의 간격에 어떠한 당위성도  없습니다. 구법을 암시하는 것도 아니고, 안도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줄눈간격처럼 문화적인 배경(단위 다다미 크기)을 가진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맞닿는 벽면의 창문간격이나 창살의 간격과 조율하여 일체화 시킨 것도 아니고요.

라뚜렛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참조글참조) 르 코르뷔제는 의외로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범들(빈틈없는 맞물림을 통해 기하학적인 순수함, 이데아를 구현한다는 규범) 에 대해 의외로 상당히 대범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점 또한 미스 반 데어 로에와 차별되는 모습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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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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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찍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
멀리 경사로의 방향에 의해 설정된 움직임의 방향을 시선의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 사각 구멍이 보입니다.

그리고, 옥탑 가벽의 뒷면이 보이는데요.
역시 의외로 그다지 치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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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왼쪽 아래로는 전에 언급했던 커다란 거실이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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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경사로를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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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올라가면서 눈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보이는 대상, 파악되는 공간의 각도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마치 쇼프로그램 같은 데에서 크레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크레인을 3차원적으로로 이동하며 찍은 동영상을 보는 듯한 경험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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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효과 또한 르 코르뷔제가 발명 혹은 발견해낸 시선의 경험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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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를 다 올라가서 위에서 언급했던 네모난 구멍을 가까이에서 보았습니다.

바깥의 경치가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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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의 방향이 그대로 시선으로 연장되어 포착되는 풍경이기 때문에 충분히 중요할 수도 있는 풍경인데, 보시는 것처럼 그다지 인상적인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동양 고건축의 차경(借景)의 개념과는 별로 상관 없는 모습인데요.

빌라 사브아가 주변의 컨텍스트와는 상관 없이, 사이트에 대해 이방인 내지는 불시착한 우주선과도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널리 알려진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합니다.

[파리]빌라사브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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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와서 경사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히 보아왔던 장면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경사로를 따라서 올라온 난간과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난간의 접점이 하나의 난간 기둥으로 이루어 지지 않고 연달아 서 있는 두 개의 난간 기둥으로 처리된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저런 모습도 르 코르뷔제의 미의식, 형식적인 규범 내지는 문법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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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 건너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전에도 말했었지만, 벽과 마닥 등, 방향이 다른 면적요소별로 다른 색깔이 칠해져 있는, 그래서 맞닿는 모서리가 날카롭게 대립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화가 르 코르뷔제의 회화 속 공간 안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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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체별로 다르게 적용된 배색이 공간의 깊이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제보니, 벽체에 삼켜지지 않고 분리되어 홀로 서 있는 둥근 기둥이 눈길을 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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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으로 구획된 통로와 오픈형 욕실…
복도 저 편 끝에 보이는 창문있는 방이 지난번 글에서 보았던 큰 거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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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이나 마루같은 마감재, 그리고 변기와 세면대 등의 하드웨어를 제외한 공간의 얼개만 보면 2006년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최고급 주상복합에 적용되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아주 모던한 공간입니다. 모던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모던한 공간… ^^

1929년에 태어난, 일흔살이 넘은 할아버지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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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왼쪽 벽면은 경사로에 접해 있었고, 일부에는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구조체와 칸막이 벽의 차이를 단차를 두고 기어이 표현했는데요.
바로 위에 보았던, 벽체와 기둥을 철저하게 분리한 장면과 함께,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입니다. 정해진 문법과 형식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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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 욕실로 들어선 후, 5번째 사진의 반대방향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말로 설명하려니 복잡하네요. >.<)

검은 타일 마감의 구불구불한 바닥은 일광욕을 하기 위한 등받침이랍니다.
나름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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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를 돌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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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나오는데요.

조금 답답하게 느릿느릿 나오더군요.

[파리]빌라사브아/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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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확대)

주방 옆에는 큰 거실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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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제가 제안했다는 “수평연속창”의 의미가 가장 실감나게 느껴졌던 공간입니다.

가운데의 경사로도 그렇고, 이 “수평연속창”도 그렇고…
특정하게 고정된 위치를 제시하지 않고 끊임없는 “떠다님”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건축가가 “움직임”(건축적 산책)을 이 집의 주된 화두로 삼았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런 짐작은 물론 자동차의 동선이 파격적으로 반영된 1층 평면계획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지요.)

그리고,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이 수평띠창은 새로운 구조시스템에 의해 변화된 벽의 의미(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벽이 아니라 단지 공간을 구획하기 위한 벽)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보다 많은 햇볕을 방의 구석구석에 골고루 받아들이기 위해 고안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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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창문과 비교해보면 그 의미가 좀 더 실감날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까지 파리에서 지어졌던, 그리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의 창문 패턴이 이런 식인데요.

사람의 어깨너비와 허리높이, 그리고 내부 공간의 천정높이를 반영하는 창문의 형상과,
건물의 구조시스템을 반영하며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창문들의 패턴은,

방 안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니기 보다는(위에서 “떠다님”이라고 표현했었죠.^^)
자신이 점유한 창문 언저리의 공간에서 가만히 서 있기를 권하며
안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위치,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하는데,
사실은 이런 확인이 건축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즐거움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르 코르뷔제가 제안한 수평연속창에 대해 당시 다른 많은 건축가들이 적잖게 반발했다고도 합니다. 오귀스트 페레가 했다는 “수평연속창은 창이 아니다. 창, 그것은 인간이다!”라는 말이 대표적인 비판인데요. (에스프리누보/현대적인창의연구에대한작은공헌/1926)

그 때까지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믿었던 건축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이 수평띠창이 없애버렸다는 의미에서 저런 말을 한 것이겠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지금까지도 공감이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르 코르뷔제의 수평연속창은 그런 즐거움을 훼손하는 대신, 그 때까지는 몰랐던 다른 즐거움을 주었는데요.

오솔길이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걸어다니면서 느끼는 아늑함 대신,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하는 상쾌함을 제안했다고 비유한다면, 다소 과장된 설명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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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확대)

곳곳에 건축가가 디자인한 의자가 놓여있고,
중정을 향해 열려있는 커다란 창을 통해서는 “하얗게 빛나는 모던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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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는 이 시점에서 외부공간이 되는데,
“건축적 산책”을 계속하도록 유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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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여닫는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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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띠창은 안팍을 관통하며 이어지지만, 벽채의 색깔은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르 코르뷔제와 미스를 구분짓는 좋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미스가 르 코르뷔제보다 한결 더 “모던”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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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던 오귀스트 페레는 또한, “나는 파노라마에 공포를 느낀다.”(에스프리누보/현대적인창의연구에대한작은공헌/1926) 라도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한때는 상상 이상의 거부감을 이겨내며 성취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소한 것으로 생각되는 화두에 대해 정색을 하고 싸웠던 선배 건축가들을 생각해보면 웃음도 좀 나오고, 그들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파리]빌라사브아/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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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는 침실과 욕실의 출입구들이 있었는데요.

욕조의 형상을 반영하며 휘어진 벽체는 익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저런 욕조도, 요즈음엔 옛 분위기를 즐긴다는 복고적인 취향으로 일부러 고르는 소품이지만, 저 때는 저런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신스타일이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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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다.”는 말의 의미라는 게,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의 개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물 내부의 벽 구획에 대해서 말하자면, 평면에서 보이는 도상학적인 차원에서의 관습적인 심미안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현실적인 기능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었겠습니다.

비단 벽 구획에 대해서만은 아니겠지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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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푸른색의 벽도 그렇고, 옅은 갈색의 벽도 그렇고, 르 코르뷔제 고유의 색감이 연상되어 보는 눈이 즐겁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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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 말일 수도 있겠는데, 마치 르 코르뷔제의 회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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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와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나쳤었던 회전계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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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끝에는 주방이 있었어요.
주방 문 너머로 이제까지 구경했던 복도와 침실이 멀리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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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는 마음에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돌려보았는데, 물이 나오더라구요.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건물의 설비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곧 그 건물이 아직 살아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참조글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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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해 보이는 주방의 규모, 어설퍼 보이는 싱크대의 타일마감과 수도꼭지 등을 보면서 이 “주택”이 막 지어졌을 때의 시대와 지금의 시간적인 거리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동적이었죠.

[파리]빌라사브아/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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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되기 쉬운 도미노 시스템의 공간이 경사로로 인해 크게 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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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을 공간구성의 주역으로 도입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전위성”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고 있습니다.

20세기 막바지의 건축물 중 가장 전위적인 건물로 꼽히는 램 콜하스의 “쿤스트할”에 가장 중요한 주제로, 거의 같은 의미로 인용되어 사용된 사례라던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가장 중요한 건축가들 중 하나인 안도다다오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얄팍한 표피상의 “재치자랑”이 아닌, 건축의 핵심으로부터 도발해오는 깊이 있는 전위성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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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예기치 못했던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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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와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늘씬하게 나누어진 창문은 지금 봐도 참 세련되어 보입니다.

2층 부터는 실내에 속했던 경사로가 실외로 나가게 되는데, 이런 설정이 역동성과 풍요로움, 복잡성 등의 미덕을 한결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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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층 경사로의 시작에서 보았던 회전계단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여전히 하나의 조각품처럼 근사하게 잘 빠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옹벽을 안전을 위해 필요한 높이까지 다 올리지 않고 중간에 멈춘 뒤 나머지는 스틸 파이프 손스침으로 처리한 점,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옹벽을 끊고 얇은 슬릿으로 처리한 점, 곡선부 원형의 중심점 부분에 손스침과 같은 스틸 파이프를 세운 점 등이 눈여겨 볼만 하겠습니다.

요소를 다루고 연출한 방식을 눈여겨 보고 있노라면, 정해져있는 형식에 맞추어 정갈하게 써내려간 시조 또는 하이쿠 등의 문학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후기 이전의 르 코르뷔제의 작품이나 리차드 마이어, 안도 다다오 등의 작품을 보면서 곧잘 느껴지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건물 전체가 마치 약속해 놓은 형식에 맞추어서 솜씨있게 잘 써내려간 텍스트처럼 다가오는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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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침실부분으로 들어가는 복도입니다.
좁고 높은 복도와 벽면에 칠해진 대담한 색깔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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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끝, 방의 시작 지점에는 천창으로부터 환한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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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뚜렛에서도 비슷한 상상을 했었는데요. (참조글참조)
어쩔 수 없이 안도 다다오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르 코르뷔제는 참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금까지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소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네오 코르뷔지언 스타일리스트들이나 리차드 마이어 같은 사람들과 안도 다다오를 구분짓는 경계는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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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요소의 분리를 표피의 극단, 모서리의 극단까지 끌고 나가는 것은 훨씬 이전에 모더니스트들 사이에서 합의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소의 접합부에 대한 이런 해석, 이런 연출이 한동안 잊혀졌다가 이제 와서 스타일상의 연출기법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좀 희한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파리]빌라사브아/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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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나와, 다시 경사로의 출발점으로 되돌아 오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빌라사브아의 중심 공간인 경사로에 대해서는, 코르뷔제가 말한 “건축적 산책로”에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끌어지듯 이동하며 겪는 드라마틱한 공간 체험에 대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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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그 효과 보다는 (그런 효과도 크게 느껴졌지만), 경사로로 인해 생긴 균열을 통해 이루어지는 아래 위 공간의 소통, 흔들림, 뒤섞임 따위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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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의 출발점은 입구 로비이기도 하고, 또한 나선계단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경사로의 시작점과 나선계단의 시작점을 겹쳐서 찍어보았는데요, 딱 이렇게만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현란한게 프랭크 게리의 작품을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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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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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층 올라서 돌아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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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 난간의 끝부분인데요.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끝을 볼록하게 한 것은 마치 단원 김홍도의 못머리기법(선을 좀 두텁게 둥글리면서 끝내는 기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시대도 분야도 다르지만, 이렇게 마무리하게된 미학적인 차원에서의 동기는 엇비슷했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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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빌라사브아/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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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팜플렛과 서적이 진열된 홀을 지나면 저 유명한, 집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사로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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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는 나선 계단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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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로의 왼쪽 복도로 들어가면 방명록과 빌라사브아에 관한 설명이 있는 작은 전시실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전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이 집의 유명세를 새삼 실감케 하더라구요. 특히 일본사람들의 서명이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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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도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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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빌라사브아가 나오기까지 검토되었던 다른 많은 대안들을 설명하는 패널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최종적으로 구현된 지금의 안이 제일 좋아 보입니다. 자동차진출입의 설정이 가장 간결하면서 또한 분명해 보이고, 전체적인 매스 설정도 제일 힘있어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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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나와서 왔던 길을 되돌아 본 장면입니다. 방금 봤던 회전계단이 오른쪽 구석에 살짝 보이네요. 또한, 경사로가 허공을 시원스레 가로지르며 공간을 도막내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다소 단순하고 경직되어 보이는 첫인상.
필로티 아래, 완만한 곡선궤적으로 미끌어지듯이 진입하며 고조되는 감흥.
문을 열고 들어오자 눈에 들어오는 역동적인 경사로와 회전계단… 공간의 흔들림. 진동…

점차 고조되고 흥분되는 진입의 시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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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제가 발견한, 혹은 발명한,
공간을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이자, 공간을 새롭게 느끼는 방법입니다.

[파리]빌라사브아/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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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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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판이 생각 밖으로 디테일하게 디자인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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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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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제와 관련된, 그리고, 꼭 르코르뷔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더라도 건축에 관련된 책들을 팔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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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나라의 언어로 작성된 안내팜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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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던 가방이 무거워서 잠깐 맡겨두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더니 차고에 두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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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살기위한 기계”라고 했던 코르뷔제의 말이 자연스럽게 의식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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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나 선박의 내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