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몇 가지 입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는데, 같은 재료와 부품, 그리고 기본적인 디자인 방향(가로방향의 면 나뉨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어서 일관된 하나의 건물이라는 느낌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기분 좋아 보였던, 길고 납작한 돌 나뉨.
아래에서 위로 쌓아 올려지며 무게를 지탱하는 돌이 아닌, 스크린처럼 가뿐하게 부착되는 돌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던 입면 중 일부는 안으로 꺾이면서 필로티의 천정이 됩니다.
알루미늄 쉬트가 디귿자로 꺾이면서 단차를 만드는 모습은 곧잘 보았던 것인데, 이런 장면에서 늘 아쉬운 점은 쉬트가 옆의 벽면과 만나는 모습입니다. 두툼한 코킹으로 발라놓은 모습이 그다지 산뜻해 보이지 않더라구요. 하긴, 의식하지 않고 지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모듈마다 두 개의 “부식된 점”들이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빗물처리를 위해 뚫려있는 듯.
필로티 아래로는 부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튀어나온 방풍실이 자연스럽게 “출입구가 여기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플랜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같았으면 꼭 필요한 부분만큼만 방풍실로 계획했었을 것입니다. 출입문 옆면이 군더더기 같아 보이고, 둔해 보입니다.
외벽면에 면한 기둥이 두개인 점이 굉장히 신기해 보였습니다. 신축건물이 아닌 리노베이션 건물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이 나온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얀 기둥이 원래있었던 기둥이고 검은 기둥이 리노베이션되면서 추가된 것인지… 그 반대인지… 아니면 둘 다 원래 있었던 기둥들인지…
아래로 내려오던 두 개의 기둥은 사람 눈 높이 근처에서 하나의 기둥으로 결합되는데,
애매한 턱을 두면서 결합됩니다. 조형적으로도 그다지 산뜻해 보이지 않았거니와, 높이나 폭이 마시고 난 커피잔 등을 올려 놓기에 딱 좋게 되어 있었습니다.
석재 마감된 벽면을 액자처럼 사용해서 큼지막하게 면을 분할하는 장면인데,
이게 순수하게 어떤 미학적인 염두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아트리움 같은 내부 공간의 얼개를 어느 정도는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입면을 건물의 시스템이나 공간의 얼개와 전혀 상관 없는 치장이라고 생각하면 공허해지기 쉽고, 그렇다고 단순히 “내부 공간 얼개의 충실한 반영”으로만 고지식하게 생각을 하면 지루해지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도, 어두운 돌로 만든 프레임이 저층부의 거대 아트리움의 볼륨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아트리움의 윤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층부는 어느 정도 공간의 윤곽을 “액자”가 감싸고 있지만, 그 위로는, 사실 내부 공간이 정말로 구분되어 구획되는 것은 아닌데도 액자만 홀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부 공간의 얼개, 바깥에서 보이는 건물 전체 볼륨에서 기분 좋게 분할되는 지점… 등등의 몇 가지 상황들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 몇 가지 단위 입면패턴들이 복잡하지 않게 차곡차곡 조합되는 상황인데, 막상 도면으로 정리하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