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책세권

보통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만한 교양(?) 건축 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고, 두고두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요즘 들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던 건축 책 세 권에 대한 간단한 정리. 읽은 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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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감각 / the eyes of the skin / juhani pallasmaa 저. 김 훈 역. / 시공문화사

건축은 유통되기 위해 존재하고, 그래서 이미지로 편집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특히 지금 유효한 당연한 문제 의식. 눈으로 구경하는 건축이 아닌, 몸으로 읽어내는 건축. 짧고 탄탄한 글. 어울리게 성실하고 정교한 번역. 번역이 중요하다. 최소한의 소화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파편화된 영단어로 어지러운, ‘문장 아닌 문장’, ‘글 아닌 글’이 넘쳐나는 요즘. 이런 성실함이 반갑고 감사하다. 훈련된 지식인이라면, 세상을 향해 이런 빛을 던져줄 줄 알아야 한다. 당장의 취업에, 혹은 당장의 프로젝트 조감도 꾸미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하지만, 조금 더 멀리 보고 건축에 대한 자신의 믿음, 혹은 자신의 소신을 다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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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 건축가 조한의 서울 탐구 / 조한 글 그림 / 돌베개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따스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가득 찬 에세이. 서울의 감추어진 즐길 거리들을 자상하게 소개하는 맞춤여행정보. 아름답고 정교한 삽화로 빛나는 화보집. 대한민국 근현대 건축역사를 치밀하게 파헤친 역사책. 이 모든 것들의 종합. 아니, 그 이상. 밀도와 깊이, 그리고 재치와 상냥함을 동시에 갖춘, 귀한 책.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우리의 당연한 기억을, 평범하지 않게, 당연하지 않게 되짚어주었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감사한 책. 건축인으로서, 동시대인으로서, 서울시민으로서 감사하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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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 서현 / 효형출판

건축가는, 우선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낼 줄 아는 사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읽지 않은 채 세상의 한 구석을 채워 넣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데에서 비극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슬프고,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느슨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은 마음은 저절로 긴장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발견할 수 있구나. 이렇게까지 통찰할 수 있구나. 라는 점에서 굉장하게 굉장했고 신기하게 신기했다. 사랑하니까 이 만큼 매섭게 읽어낼 수 있었겠지. 건축책으로도 특별하고, 건축책이라는 테두리에 속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특별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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