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대교북단/01

img_1326585_1361294_6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았다.
서울에서 이 정도로 맑은 날은 아마도 며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남산타워에서 인천앞바다가 보인다는 날이 아마도 오늘 같은 날일 것이다.

동호대교는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하면서 건너게 되는 다리인데,
자동차와 지하철이 나란히 달린다는 점이 나름 특이하긴 하지만,
디자인 후지다는 한강 다리들 중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말하자면 무한도전의 정형돈 캐릭터와도 같은 다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한강을 따라서 자전거를 달리다가도,
동호대교 북단을 가까이에서 차분하게 구경하지 않게 되는 것이,
북단이랑 약간 비껴난 곳에 체육공원이 있어서 주로 그 곳에서 쉬게 되기 때문이다.

한강 남단이랑 다르게 한강 북단은 또한, 대규모의 고수부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체육공원이 아닌 곳에서는 자전거를 잘 세워두지 않게 된다.

img_1326585_1361294_1

오늘은 동호대교 북단에서 약간 비껴난 곳에 자리잡인 체육공원에서 정신 없이 세수하고 머리감고 멍하니 있다가,

문득 동호대교 쪽을 바라보았는데,
멀리에서도 다리 구조체를 통과하며 부서진 햇볕이 교각에 산산히 뿌려지는 것이 보였고,
그냥 지나치면 정말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서 찍었다.

img_1326585_1361294_0

img_1326585_1361294_2

img_1326585_1361294_3

img_1326585_1361294_5

img_1326585_1361294_4

img_1326585_1361294_7

img_1326585_1361294_8

사진을 찍으면서 놀랐던 점은,
동호대교라는 다리가 생각보다 아름답게, 정성껏 디자인된 다리였다는 사실이었다.
똑같이 반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거대한 콘크리트 교각들이,
기본적인 조형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주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습관적으로 서울의 건물, 서울의 경관, 한강의 경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곤 하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위해, 아름다운 한강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아름답지 않은 무언가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숨겨진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만의, 한강만의 독특한 시점을 찾아내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