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빌딩

오늘은 지난 10여 년 동안 눈 여겨 봐 두었던 건물을 작심하고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왔는데요.
마치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과제를 처리한 것 같은 후련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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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긴 사진은 F11키를 누르고 보세요.)
한남대교를 타고 강북으로 진입한 뒤, 이태원과 장충동으로 나뉘는 갈림길로 접어들 무렵, 오른편에 “신동빌딩”이라는 작은 건물이 있습니다.

육교구조물에 입면이 가려진 것이 유감입니다만,
아무튼 입면이 아주 단정한 것을 알수 있습니다.

가로를 향해 폐쇄적인 표정을 보이는 점이 이채롭네요.
붉은 타일 마감이 이 건물이 세워진 시대를 대략이나마 짐작하게 해 줍니다.
대략 80년대 초반이나 중반이 되지 않을까요…

예전엔 타일마감이 참 흔했었는데,
요즈음엔 건물을 신축하면서 외장을 타일로 마감하는 경우를 찾기가 힘들죠.

“백화현상” (타일이음새 부분의 접착몰탈이 빗물에 노출되면서 하얀 석회물이 흘러내리는 현상….?)때문에 그렇겠지만,
무엇보다 선택할 수 있는 마감재의 옵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타일 마감이 지금 보면 촌스러운 면도 있지만, 잘 쓰면 건물이 아주 기품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어떤 재료든지 “잘 쓰면” 다 좋아 보이겠죠…. 하나마나한 말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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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에서 바라본 모습.
지면에서 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이렇게 육교나 고가도로 위에서 보이는 건물들은 그냥 지면에서 전체모습을 볼 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나중에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겁니다.)
폐쇄적인 전면과 달리, 옆면엔 창문이 아주 많이 뚫려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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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층부의 돌출부. 구식이긴한데, 지금 봐도 멋집니다. 엄숙해보이고…
유리면에 그림자가 깊이 지는 것이 멋져 보이네요.

신동빌딩은 일반적인 임대건물이 아니라, “신동”이라는 회사의 사옥입니다.
(오늘 건물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우연히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이런식의 디자인이 가능했었던 것 같아요.
최상층에는 회장실이라던지, 사장실 등이 있겠죠. 그래서 이렇게 “무게”를 두는 디자인이 가능했겠죠. 중층부를 폐쇄적으로 한다던지 하는 것은, 일반적인 임대건물이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임대료가 낮아질 거 아녀요.

자기 사옥을 짓는 경우가, 건축주 입장에서도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갖기 쉽고,
건축가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행복한 프로젝트가 되기 쉬운 경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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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좁고, 게다가 코앞에 육교까지 있어서
건물을 가까이에서 한 샷에 잡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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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부. 노출콘크리트가 T자형으로 내려오는 게 세련되어 보이죠.
시원한 유리도 보기 좋고.
지금에야 아주 죽여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건물이 세워졌을 80년대 중반쯤에 이런 디자인을 했다고 생각해보면…
이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를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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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면외부공간의 바닥은 타일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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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마치 “마징가” 얼굴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여러가지 크기와 형태의 창문을 적당히 배열했네요.
후퇴한 창문과 후퇴하지 않은 창문을 섞어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거 한 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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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출입구는 측면에 있는데요.
큰길 방향으로 빗면으로 깎아놓은 것이 재미있네요.
전면의 석상도 기품있어 보이고. (이거… 왕릉같은데 서 있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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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출입구의 천정마감. 처음엔 각형철제파이프인줄 알았는데, 나무에다가 도장을 해놓은 거더라구요. 흔히 볼수있는 알루미늄천정재보다는 백배천배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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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푸집안쪽에다가 나무널을 붙여서 콘크리트 타설하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인기 높은 기법입니다.
이렇게 찍어놓으니 그럴듯해 보이죠?

이런 건물을 보면, 디자인한 건축가도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고, 의뢰한 건축주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꽤 교양 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건축주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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