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이 끝나는 부분 언저리의 벽을 올려보았습니다.
역시 각도를 달리하며 바라보니 “구김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삐뚤빼뚤 올라가던 굴뚝은 박공 위 부터는 아예 크기가 확 줄어버립니다.
의도적인 표현은 아니었겠지만 의외로 보기에 크게 불편하진 않고, 이런 장면을 통해 콘크리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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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을 보면 코르뷔제의 초기 주택을 보는 기분도 나고…
조형적인 표현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고, 분명한 기능이 있어서 생긴 것일텐데…
어떤 기능을 담기 위해 이렇게 튀어나와야 했는지 짐작이 잘 가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보기엔 제법 그럴듯합니다.
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운동장…
미묘하게 구겨진, 말 없이 서 있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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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에 대해서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함, 자연스러움, 대범함… 따위로 설명하며 (특히 한국의 고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선의로 해석하고 좋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접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식의 논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효과를 의식하며 건물을 “일부러” 이렇게 짓는다면 그것도 참 웃긴 일이겠습니다.
보기에 나름 재밌고 흥미롭지만, 이런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발전시킬 여지가 별로 없2008는 듯 하여 좀 아쉽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