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서 분명하고, 또 워낙 강한 공간이라, 중복인줄 알면서도 엇비슷한 사진을 많이 찍게 됩니다.
캠퍼스 깊숙한 곳으로 인도하는 가파른 계단이 눈 앞에 다가옵니다.
건너편 본관 풍경은 지극히 친밀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데 반해, 본관 풍경을 감싸고 있는 eccp는 낯설고 비현실적인 느낌입니다. 어울리지 않은 두 풍경이 꼴라주처럼 충돌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캠퍼스 바깥의 풍경이 보입니다.
다만… 너무나 익숙한, 어지러운 서울 도심 풍경이 신기루처럼 다가옵니다.
관습적인 어휘도 보이지 않고, 스케일도 잘 파악이 되지 않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추상적인 프레임에 포착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특정 시점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폭력입니다.
지금의 서울 거리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이런 풍경 속에서 어떤 삶을 꾸려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현란했던 밸리 양편의 커튼월은 어느새 묵묵히 말 없는 배경으로 물러나 있었습니다.
옆을 바라보니, 밸리 양 옆의 커튼월과, 커튼월 너머 내부 풍경이 다시 말을 걸어옵니다.
단순한 요소들인데 유리와 “핀”에 거듭 거듭 반사되어 두 배, 네 배의 깊이로 풍요로움을 연출합니다.
좀 더 깊숙히 들여다 보면, 단순하고 추상적인 입면 얼개 너머로 잠시 잊고 있던 생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캐노피.
선적인, 판적인 요소 그대로, 필요 이상의 번잡스러움 없이 단단하게 맞물려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왔습니다.
…
워낙 개념이 담백하고 힘이 있다 보니, 응용도 쉽게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