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수록 낮아지고, 밀도는 깊어지고, 긴장은 높아집니다.
호섭이 부부와 함께 구경간 뒤, 며칠 뒤에 혼자 가서 찍은 사진인데, 일요일이라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숨막힐 것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입니다.
시선의 각도와 시각, 날씨에 따라서 만가지의 표정을 보여주는 입면.
이렇게 보면 쇠 비늘로 빈틈 없이 싸여진 갑옷처럼 보입니다.
핀의 연결 볼트들이 연출하는 랜덤 패턴의 무늬가 도드라지구요.
핀 사이의 유리가 얼핏 보이는 시점에서는,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가 핀이고 어디가 유리인지, 무엇이 진짜 핀이고 무엇이 유리에 반사되어 투영된 핀인지 헷갈립니다.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더군요.
혹은, 무엇이 유리이고, 무엇이 핀에 반사되어 투영된 유리인지 헷갈리기도 하구요.
입을 다물게 하는…. 혹은 입을 벌리게 하는…. (ㅋㅋ)
가장 깊은 바닥에 내려왔습니다.
같은 재료의 돌판인데, 모양과 표면처리로 그라데이션을 연출.
가운데 넓은 “마당”(?) 에는 둥글둥글하고 거친 마감의 돌….
양쪽 커튼월 근처로 가면서 동글동글한 돌은 각진 돌로 바뀌고….
커튼월 바로 옆에는 각지고 매끄러운 돌로 바뀝니다.
정리하면서 보니, 오른쪽 트렌치에 투영되는, 핀으로부터 반사된 햇볕이 드리워져서 생긴 무늬도 볼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