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그닥 대단할 것 없는 풍경이겠지만, 이런 거 워낙 좋아해서 찍었어요.
끝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군데군데 영문 모를 비닐꾸러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있었고요,
멀리 유리블록으로 만들어진 큐브가 보였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버려진 폐허와도 같은 느낌의 거대한 인프라.
예전에, 잠깐 파리에 머물렀을 때 기차역과 주차장 따위의 건물을 거닐면서 느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습니다. 한강에서 자전거 타고 달리다가 거대한 교각과 홀로 마주쳤을 때의 흥분과 다르지 않은 감흥입니다.
유리블록 큐브를 옆으로 스치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가면, 끝나지 않은 플랫폼이 다시 펼쳐집니다. 어둠과 시간으로 빚어진 공간의 깊이.
콘크리트 블럭으로 쌓아올려진 또 다른 큐브가 등장.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와 마주치면서, 시선과 호흡은 내면을 향해 흘러갑니다. 역설적으로.
…
옆으로 비껴서 다시 걸어갑니다. 또 다른 표정의 플랫폼이 펼쳐집니다.
아래에는 또 다른 플랫폼이 있었습니다.
되돌아가는 길.
나무를 닮은 구조.
역할이 의심스러운 선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