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다시찾아간샤를드골공항

그동안의 체험이 워낙 밀도가 높았던 탓일까.
경험의 양, 사진의 양을 블로깅의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어느 시점 이전의 과거를 계속 돌아보게 된다.

……………………………………………………………………………………………………………….

벌써 2주전의 일이 되었는데.

필라델피아에서 시카고를 거쳐 홍콩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물게 된 샤를드골공항…

img_653253_1353715_0

(클릭하면확대)

사실 이 사진은 사진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대단한 장면을 찍은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샤를드골공항 제2터미널의 물결무늬 패턴 지붕을 제대로 잡은 것도 아니고. (자세히 보면 얼핏 보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나에게는 적잖은 감흥을 던져주는 장면인데.
왜냐면 약 5개월 전 8월 15일, 난생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은 지점이 정확하게 이 곳(제2터미널)이고, 또한 그 때 내 눈 앞에 처음으로 펼쳐졌던 외국의 풍경이 정확하게 이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카트에 무거운 짐들을 잔뜩 싣고,
어리벙벙한 상태로 반쯤은 주눅이 들고, 반쯤은 흥분한 채로,

구름처럼 모여있던 수 많은 사람들을 누비고 다니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길게 늘어선 택시 승차장의 대기 줄의 마지막에 간신히 합류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 있던 어떤 미국할아버지와 나누었던 농담따먹기 또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미래를 아직 알지 못했던 그 때의 설레임.
현실감과 비현실감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던 기억.

img_653253_1353715_1

바로 이 장면이다. 정확하게 이 장소, 정확하게 이 시점.
나는 그 때 택시를 기다리며 이 곳에서 이 방향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 때 그렇게 이 곳을 가득 채웠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잔치는 이미 끝났음을 새삼 확인하게 해 주었던,
쓸쓸한 풍경.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