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종화가 한 턱 쏜다고 해서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마석으로 갔다.
춘천행 무궁화호가… 엄청 좋아져있더라!
90년대 초중반 엠티가면서 짜증스레 탔던 기억만 하고 있었던지라, 깜짝놀랐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나름 기차여행 기분도 나서 좋았다. 눈도 즐거웠고. 느긋했고.
경춘선 마석역은 낯설었지만 황량하지만은 않고 괜시리 촉촉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묘하게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남양주 종합 촬영소 가는 길, 북한강변에 있는 한우집에 갔는데…
전채 요리 격으로 천엽이랑 간이랑 나오고….
간은 조금 강한 맛이 나더라. 곱창집에서 먹었던 것보다 좀 더 비리비리…
육사시미. 처음 먹어보는 건데, 좋았다. 식감이나 맛이나…. 막연한 상상을 훌쩍 뛰어넘더라.
아.. 너무 좋아…
숯도 좋고 석쇠도 좋고…
차돌박이랑 치맛살(?) 등의 특수부위 모듬..
차돌박이는 마늘이랑 같이 굽고…
고기는 핏빛이 살짝 가시는대로 허겁지겁…
맛있었는데….
종화가 더 먹자고 해서 등심을 몇 인분 더 시켰다.
아…. 뭐.. 등심을 어제 처음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위 먹은 직후에 등심을 먹으니 사람들이 왜 등심 등심 하는지 비로소 알겠더라.
등심은 이전 부위보다 한층 덜 익혀 먹었다. 종화 표현에 의하자면 살을 익힌다기 보다는, 기름을 아주 살짝 녹여서 먹는다는 기분으로… 먹었는데, 와.. 무슨 입놀림 두어번 만에 스르륵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데, 참치회 먹는 기분 같기도 하고.
주인아저씨가 서비스로 주신 육회로 입가심.
나쁘진 않지만 역시 육 사시미 만 못하구나.
암튼… 나도 뭐… 나름 고기 무식하게 많이 먹는다고 이름 높은 편인데, 역시 그래도 종화에게는 안되겠더라. 하지만 종화 역시 나의 고기에 대한 탐욕과 식성에 대해 인정해 주었다. 주인아저씨가 남자 두 명 손님으로서는 최고기록을 세웠다며 축하해 주었다.
서울시내 한우 전문점이었다면 거의 50만원 가까이 나왔을 분량이라고 하는데, 뭐.. 나는 잘 실감이 안 간다. 어우… 암튼 정말 아쉬움 없이 먹었다. 아직도 트림이 가끔 나오는데, 그 숨결 속에 고기 삭은 냄새가 배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기차가 끊겨서 집에 바래다 준다고 해서 차를 타고 밤길을 달리는데,
문득 덕수궁 앞으로 가보자고…. 노통 마지막 가는 길 바래주자고 해서 코스 변경….
(다음 포스팅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