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풍경]용두동주택/03

건축허가를 받고, 추가 상세 및 디자인 탐구를 거쳐, 몇 군데 시공사를 섭외, 비교견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성껏 일해주실 좋은 시공사와 함께 하고픈 마음이 정말이지 간절합니다.

작지 않은 집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이라, 건축허가를 받은 후에도 고민해야 할 일,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볍고 날렵하게 연출하려는 마음에서, 입면으로 보이는 지붕 옆면 (목조주택에서 ‘페이샤’ 라 부르는) 을 투 톤으로 분리하고 단차를 두었습니다. 단차를 작은 처마로 간주, 처마통기구(벤트)를 두었습니다. 조형적인, 심미적인 연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접은지붕연작’을 진행하면서, 스타일을 고도화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는 장면입니다. 개념적으로, 심미적으로, 공학적으로. 다방면으로 고도화된 양식을 만들어내는 일은 가슴뛰는 일입니다. 보편화, 일반화를 염두에 둔 일이기도 합니다. 알아주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창틀, 난간, 캐노피 같은 소품들 디테일을 실제와 가깝게 반영하고, 외장재도 실제 제품의 느낌을 반영하니 느낌이 사뭇 달라지고 실감납니다. 타일 색깔, 줄눈 색깔에 대해서는 몇 가지 옵션을 마련, 시공 전에 렌더링으로 보여드려, 선택에 도움을 드릴 예정입니다.

공간 하나하나, 방 하나하나를 다듬는 작업. 길에 접하는 블럭은, 지형차이 때문에 층고가 사뭇 높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층고 그대로의 공간은 ‘디자인된 공간’이라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높은 공간 일부를 막고 형상을 만들어, ‘디자인된 공간’을 만든 결과입니다. 동굴같은 현관, 오두막 같은 방.

중간 블럭, 의뢰인의 취미방. 접힌 지붕 아래 고창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무리가 서리는 장면.

어머니 서재. 오른쪽으로 의뢰인 취미방으로 통하는 문이 보입니다. 밖에서 쓴 철판캐노피를 달아서, 마치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연출하였습니다. 연결은 쾌적하게. 하지만 건너가는 느낌에는 살짝 거리감. 가깝게 지내야하지만 독립된 객체로 건강하게 지내는 편이 좋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공간체험을 말하자면, 어렸을 때 부터 코엑스몰이나 롯데월드어드벤쳐 같은, 옥외공간 느낌나는 거대 실내공간으로부터 받은 감흥이 큽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느낌, 그런 연출을 염두에 두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거대담론이나 커다란 명분 보다는, 개인적 경험과 취향에 충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탄탄한 개념의 작업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 서재에서 한 층 올라가면 아버지 서재로 이어집니다.

실생활에서는 보이지 않을 시점. 아버지 서재에서 어머니 서재를 내려다 보는. 왼쪽으로, 부모님 공간을 침입하는 의뢰인 취미방 덩어리가 보입니다. 역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다소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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