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의부처님오신날준비

오늘은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에 갔다가, 인사동을 거쳐 조계사에 구경갔었습니다.
장관이더군요.
여러가지 볼거리가 많았지만, 일단은 “건축적으로” 흥미롭게 보였던 것들을 모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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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겠지만, 부처님 오신날에는 연등을 메달아두는 의식을 하나봅니다.
성탄절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색전등을 장식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겠죠.
연등을 일정한 높이에 메달아둠으로써, 어떤 평면을 만들고, 그래서 새로운 공간감이 생깁니다. 화려한 색깔의 연등도 볼거리이지만, 그 연등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 패턴도 그 이상의 볼거리입니다.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에 감동을 받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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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 화창했다면, 그림자 패턴이 더 뚜렷했겠죠. 왜 이런 상황에 있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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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최정화씨의 설치작업을 보는 것 같죠. 연등마다 그 연등을 기증한 신도의 이름과 희망 내지는 소망이 적힌 작은 종이가 달려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 종이들이 일제히 나풀거리는데요, 그게 참 볼만합니다. 아무리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비일상적으로 반복이 되면 어떤 숭고함이랄지, 엄숙함 등을 불러일으킵니다. 게다가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이 담겨진 것이라면, 그 의미는 더더욱 증폭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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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미지, 컴퓨터 바탕화면에 올리면 그럴듯 할 것 같지 않나요?
심난하고 어지러울 것 같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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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받침대에 타고, 일일히 연등에다가 “종이쪽지”를 붙입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왠지 숙연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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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망자, 즉 죽은 사람들을 위한 연등입니다. 뭔지 모를 애잔함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

건축의 의미가 갈수록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개념으로 규정된 건축이라는 일만 하다가는 밥벌이가 힘들것 같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건축의 의미를 확장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거죠.

어떤 공간감을 창출해 내는것, 혹은 어떤 이벤트 내지는 퍼포먼스를 유도해내는 것, 꼭 집이나 건물을 짓지 않더라도, 얼마던지 건축이라는 개념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소망이 모여 이루어진 비일상적인 공간감….
제가 설계한 건물이 이런 상황을 무리없이 담아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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