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고속화도로

약 두 달 전, www.seoulscrap.com 에 올렸던 내용을 나름대로 웹환경에 걸맞게 다듬고, 내용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올립니다.

(이미지를 옆으로 길게 늘리고 색을 변조한 것은
www.seuolscrap.com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가끔 택시를 타고 간선도로를 다니면서 가졌던 소박한 감상을 간단하게 정리했던 것인데요,

정리하다보니까 자꾸만 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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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고속화도로는 기존의 보행자시점중심의 컨텍스트가 제거된 새로운 공간입니다.


  보통의 도로를 이용할 때에는, 그 도로가 기존의 도시조직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생활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마음의 지도를 참고 삼아 보행자 스케일의 정보처리를 염두에 두고 드라이브를 하게 됩니다. 1분도 안되어 반복되는 신호등과 각종 이정표, 각종 건물들은 평범한 보행자들의 체험에 크게 유리되지 않으며, 성공적인 드라이브를 위해 참고해야 할 각종 정보들은 모두 기존의 도시조직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도시고속화도로를 통해 드라이브를 할 때 참고해야 할 정보와 겪게 되는 체험들은, 기존 도시조직에서 얻었던 정보와 체험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들입니다. 물리적 위치로서의 장소 그 자체로만 본다면 수도 없이 지나쳤던 곳이지만, 보는 시점과 체험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다른 장소를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수십 분을 멈추지 않고 달리다 보면, 그렇게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서울을 이렇게 시원하게 관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드라이브를 위해 참고해야 할 정보들은, 왼편으로 보이는 베이지색 10층 건물, 유명한 한식당, 혹은 사거리 주유소 같은 보행자들의 체험과 공유하는 인자들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도로바닥에 새겨져 있거나 이정표에 그려져 있는 글자들입니다.


  어느 지점으로부터 다른 지점으로, 기존의 마음의 지도, 혹은 기존의 컨텍스트와 전혀 상관없이 이동하고 나면, 마치 일그러진 공간을 빠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얻으며, 마음의 지도는 대대적으로 수정됩니다. 이런 체험은, 과장되게 말하자면,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공간이동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도시고속화도로도 마음의 지도에 편입되어, 처음 접했을 때의 생생했던 충격은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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