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방향으로 긴 모양에 양쪽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안쪽으로 사무공간의 풍경이 보이는 모습을 보면 한때 무척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곤 했던 원서동 공간사옥이 반사적으로 떠오릅니다.
물론 창문의 유리면은 노출콘크리트 면과 같은 면, 같은 볼륨을 이루도록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고, 창틀은 숨겨서 보이지 않게 해놓았습니다.
건물의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결국 이런 세부에서의 처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창호는 숨겨놓았지만 창호의 윗부분에는 3센티미터 정도 돌출된 작은 처마를 두어서 간단하게 빗물처리를 했습니다.
창틀 윗부분의 얇은 처마는 위의 내후성강판 부분에서도 눈에 띕니다.
…
단순한 볼륨으로 극단적으로 환원시켜서 건물은 흐릿한 배경으로 후퇴시키고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과 바깥세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이랄지, 이벤트 따위가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디자인 의도였었겠지만, (건축가 승효상씨가 언급하는 이른바 “컬쳐스케이프”라는 것도 잘은 모르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겠죠.) 역설적으로 워낙 건물이 튀다보니 그러한 의도가 무색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작은 도시 전체가, 혹은 거리 전체가 이런 건물로 이루어진다면 그런 의도가 제법 실감나게 구현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모서리를 넘지 않고 딱 모서리의 끝에서 멈추어 버린 유리가 눈길을 끕니다.
구축(실제 부재들의 조립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축이든, 단지 디자인 요소의 구성에 의한 상징적인 구축이든)의 표현을 최대한 지워내어 기하학적인 순수함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또한 이 정도의 구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