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02

img_1326585_1357574_4

거대한 성곽이나 교도소를 연상케하더군요.

잠깐 이야기했었지만, 노들섬은 인공섬이랍니다.
원래는 강북쪽으로는 붙어있었고 강남쪽으로만 강물이 흘렀었다는데요.
홍수시 강물 유속조절을 위해서 강북쪽의 모래를 파서 물길을 만들면서 섬이되었다고 하더군요. 콘크리트옹벽을 세우고 그 때 생긴 모래를 채운 것이라 합니다. 사진이 그 옹벽이구요.

강남과 강북을 연결하는 다리의 모양이 다른 것도 그 때문이라네요.
시간차이를 두고 따로 지어진 다리이기 때문에…

img_1326585_1357574_6

사람의 손으로 지어진 구조물이긴하지만, 인공인지 자연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글대며 살고 있는, 엄청난 밀도의 서울 한복판에 폐허에 가까운 공백지대가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구요.

img_1326585_1357574_0

멀리 강 너머로부터는 수 많은 자동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 소음이 귀 아프게 들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흐름의 기운이랄지, 움직임의 힘은 충분히 느껴지더군요. 내가 서 있는 이 곳의 황량함과 적막함에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서인지, 오히려 세종로 한복판에 있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아… 거기에다 한강…

img_1326585_1357574_1

노들섬의 동쪽 모서리…
끝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눈과 생각을 담고 있는 “몸”의 존재감은 차츰차츰 희미해지는 듯 했습니다.

img_1326585_1357574_2

img_1326585_1357574_7

img_1326585_1357574_5  

(클릭하면확대)

아… 감당해내기 힘든 엄청난 기운입니다. 거대한 한강의 흐름이 나에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다와는 또 다릅니다! 바다의 파도는 하얗고 크고, 그래서 더 강한 흐름이지만, 그것을 받아주는 해변 또한 무한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긴장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한강은 온전히 이 꼭지점에 서 있는 작고 연약한 내 몸으로 집중되어 흘러오고 있었습니다. 할 말을 잊고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제법 서로를 깊이 잘 알고 격의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서야 “제대로”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img_1326585_1357574_3 

(클릭하면확대)

발 밑서 철썩거리는 한강의 잔물결 하나하나는 너무나도 구체적이었지만, 강 너머 멀리 펼쳐지는 서울의 모습과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 많은 일상들의 집합은 아지랑이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