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담

이 사진들 역시 2년 여전에 찍은 것들입니다.

리플에서 몇 번 밝힌 바 있지만,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블로그에 정리를 하는 것이 저 자신에게 참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진 찍었을 때의 감흥이랄지, 의도를 다시 되돌아 볼 기회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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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담….
비가 온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빗물로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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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려진 수채화를 보는 것 같죠? 물을 머금은 벽돌이라, 실제로 수채화를 그리는 원리와 거의 비슷하게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옛날 벽돌이라, 요즘 나오는 벽돌들보다 함수율이 높아서 얼룩도 이렇게 예쁘게 지는 것 같습니다. 함수율이 높은 만큼, 표면의 균열이나 박리도 많이 일어나겠죠. 그래도 벽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안전상 치명적이지 않으니 얼룩을 즐기는 대가로 나쁜 벽돌을 쓰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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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이런 불규칙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대한민국 건축계의 무슨 큰 화두나 이슈처럼 되어버렸던 때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축계인사를 찾기가 힘이 듭니다. 화두나 이슈도 생산되고 유통되어 소비되는 상품의 하나라고 봐야겠죠. 그런 입장에서, 어떤 이론가가 난데없이 생경한 이론을 들고나온다던지,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화두를 제기한다면, 그 이론이나 화두가 개인적인 취향에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그 이면에 깔린 배경이 무엇일까 곰곰히 분석해 보는 것이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좋은 느낌의 길입니다.
원래 벽돌담의 느낌이 좋아서 찍은 사진인데, 글을 쓰면서 계속 보고 있으려니 바닥패턴이 훨씬 더 재미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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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카메라는 접사에 강하니까… 그런 강점을 살려, 이렇게 가깝게 찍어서 일어나는 왜곡을 즐기는 편입니다. 줄눈이 후퇴하여 안 보이고 벽돌만 보이는데, 무슨 오픈조인트 방식의 석재마감같은 느낌이죠.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은, 특히 돌마감의 경우, 돌 자체의 질감이나 색깔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 전체의 인상을 크게 결정짓는 것은 의외로 돌 자체라기 보다는 돌과 돌을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경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주 비싼돌을 사서 평범한 코킹마감으로 감싸는 것 보다는, 좀 저렴한 돌을 사서 오픈조인트로 감싸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물론! 경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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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면의 담을 찍으니 화면에 깊이도 더 살아나고, 율동감도 살아나고…
재미나요(작업)에 있는 “계단실”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이런 이미지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입체감과 평면감 사이에서 나타나는 긴장때문에 일종의 “진동”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저만 그렇다구요?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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