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산수위관측소

img_1326585_1361542_4

작년 8월, 자전거를 끌고 한강을 달리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img_1326585_1361542_0

원효대교 북단 언저리였다고 기억됩니다.

img_1326585_1361542_8

작은 등대를 닮은, 오래되어 보이는 탑이 서 있더라구요.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좋은 대조가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만…

img_1326585_1361542_9

잡초가 우거진 풀밭을 헤치고 걸어가서 안내판을 보니 “구용산수위관측소”라는 탑이더군요.
1924년에 건립되었으니 올해로 지어진 지 85년이 된,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오래된 건물입니다.

img_1326585_1361542_3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재미가 이런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구경거리와 만나게 되는 일도 있고요.

강변 고속화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나 한강에 떠있는 유람선의 시점에서는 파악이 잘 되지 않는, 다른 스케일, 다른 차원의 세계이기에 흥미롭습니다.

여기저기 뜯어볼수록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비례라던지… 부분부분의 상세처리라던지…

img_1326585_1361542_2

비교적 단순하고 모던해 보이는 가운데,

img_1326585_1361542_7

정교하게 회전하며 반복되고 있는 캔틸레버 받침들이라던지, 처마 끝 물끊기 단차라던지…

img_1326585_1361542_6
  
우아하고 날렵하게 돌아가고 있는 난간 등, 볼거리가 많더라구요.

동화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네모난 창문도 예쁘고, 창문 위, 이마 한복판 연지곤지처럼 뚫려있는 작은 구멍도 재미있고.

img_1326585_1361542_5

80년이 넘었으니 부식되고 떨어져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별다른 보수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조바심이 나더라구요.

img_1326585_1361542_1

정교하게 다듬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뿜어나오는 80년 전의 기억, 80년 전의 시대상.
머지 않아, 서울 건축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 가 될 풍경.

수 십, 수 백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서울의 건축이 목조 건축에서
갑자기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구조체 위에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된 스타일의 건축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건축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라는 것이, 곧 “서울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 에 다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