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자전거를 끌고 한강을 달리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원효대교 북단 언저리였다고 기억됩니다.
작은 등대를 닮은, 오래되어 보이는 탑이 서 있더라구요.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좋은 대조가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만…
잡초가 우거진 풀밭을 헤치고 걸어가서 안내판을 보니 “구용산수위관측소”라는 탑이더군요.
1924년에 건립되었으니 올해로 지어진 지 85년이 된, 서울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오래된 건물입니다.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재미가 이런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구경거리와 만나게 되는 일도 있고요.
강변 고속화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나 한강에 떠있는 유람선의 시점에서는 파악이 잘 되지 않는, 다른 스케일, 다른 차원의 세계이기에 흥미롭습니다.
여기저기 뜯어볼수록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비례라던지… 부분부분의 상세처리라던지…
비교적 단순하고 모던해 보이는 가운데,
정교하게 회전하며 반복되고 있는 캔틸레버 받침들이라던지, 처마 끝 물끊기 단차라던지…
우아하고 날렵하게 돌아가고 있는 난간 등, 볼거리가 많더라구요.
동화적인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네모난 창문도 예쁘고, 창문 위, 이마 한복판 연지곤지처럼 뚫려있는 작은 구멍도 재미있고.
80년이 넘었으니 부식되고 떨어져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별다른 보수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조바심이 나더라구요.
정교하게 다듬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뿜어나오는 80년 전의 기억, 80년 전의 시대상.
머지 않아, 서울 건축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 (missing link) 가 될 풍경.
수 십, 수 백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서울의 건축이 목조 건축에서
갑자기 철근콘크리트나 철골 구조체 위에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로 마감된 스타일의 건축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건축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라는 것이, 곧 “서울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 에 다름 아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