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단델리온초콜릿

작년 10월 말, 동경에 갔었을 때 찍은 사진들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사쿠사 근처 ‘쿠라마에’라는 동네, (http://jaeminahyo.com/?p=22168) 근래 생긴 초콜릿가게에 갔었습니다.

문 옆에 붙어있던 가게 이름… 단델리온(dandelion)의 뜻은 ‘민들레’라고 하네요.

누더기처럼 기워진 테라죠 바닥. 오래된 동네에 자리잡은, 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건물임을 알려줍니다.

다양한 초콜릿을 만드는 공장 같은 주방이 주된 용도이고, 카페는 공장에 곁들여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도 이 가게가 자리잡은 ‘쿠라마에’라는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고 땅값도 비싼 동네였다면 이렇게 가게를 꾸미기 힘들었겠지요. ‘쇠락해가는 동네이기에 비교적 싼 땅값’, 그리고 ‘공장이나 창고로 사용되었던 커다란 공간’이기에 가능한 공간구성입니다. 이 가게 다음에 찾아갔던 블루보틀 커피도 비슷한 형식이었습니다. 커피 원두 창고와 공장, 그리고 카페를 겸한 공간….. 아무튼, 묵직한 느낌의 콘크리트 카운터가 인상적이네요. 천정 구석에 구멍이 보이는데, 위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현장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가게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각종 소품들도 볼만했는데, 정말로 재밌던 것은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 구경이었습니다.

긴장한 표정의 사람들이 날렵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모습.

공장 한 켠에는 유리벽으로 나뉘어진 공간이 있었는데, 아마도 카카오를 분쇄하는 곳이었나 봅니다. 미세한 가루가 날리나 보네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보입니다.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 이런 사람들 앞에서 저는 한 없이 부끄러워집니다.

카운터 근처에는 간이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데, 이런 구성은 눈여겨볼 만 합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상체만 테이블을 향해서 살짝 돌려서, 간단히 먹거나 마시는 상황이 연상됩니다. 간단한 구성 만큼이나 오가는 대화도 경쾌할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하는 것 처럼 정면으로 마주 앉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어색함이 덜하겠지요. 무릎을 테이블 밑으로 접어 넣지 않아도 되니 몸을 숙여 앉기에도 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도 부담 없겠지요. 오랫동안 퍼질러 앉아 있기에는 불편할 것인데, 그러면 회전율이 높아 지겠지요.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좋네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시작되는 한 단 정도는 널찍하게 만드는 이런 구성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계단 영역을 넉넉하게 나누어, 다니기에도 편하고, 그냥 보기에도 마음이 편합니다.

계단 난간에는 두툼한 널판을 붙였는데, 앞서 보았던 간이 테이블과 의자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것 같습니다. 아이고, 앵글과 평철로 만든 난간이 손스침과 결합되는 장면도 인상적이네요. 묘기를 부리고 있습니다.

공장이 지배적이었던 1층과는 달리, 2층은 넉넉한 카페 느낌입니다.

건물의 이력, 동네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

마시는 초콜릿, 씹어먹는 초콜릿, 초콜릿 쿠키 등, 구성이 다양하고요. 마시는 초콜릿만 해도 종류가 여럿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에도 이런 컨셉의 초콜릿집 여기저기 곧잘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대규모 공장을 겸한 곳은 아마도 아직….

2층도 구석 한 켠에는 유리로 나뉘어진 방이 있었는데, 여차하면 방을 빌려서 세미나라도 할 수 있겠습니다.

방 가운데에는 큰 테이블이 있었는데,

테이블 가운데는 유리를 통해서 아래, 초콜릿 공장을 내려볼 수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까 카운터 사진에서 설명했던.

[동경]쿠라마에

작년 10월 말, 클라이언트 뵈러 동경에 잠깐 갔었을 때의 일을 이제야 정리해서 올립니다.

아사쿠사 관광안내소를 둘러보고, 근처 ‘쿠라마에’라는 동네에 갔었습니다. ‘쿠라마에’는 우리말로 풀자면 ‘창고 앞’이 되겠는데, 아마도 예전에 큰 창고가 있었나 봅니다. 작은 공장이나 회사들이 모여있는 오래된 동네로, 서울로 치자면 을지로 정도의 성격인 것 같습니다. 요즘들어 작고 예쁜 가게들이 하나둘 씩 들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도 을지로와 닮았네요.

화사한 색감의 보도블럭. 이제와 생각해보니 낡고 칙칙한 동네 분위기를 의식한 결과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칙칙하고 낡은,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었는데요.

넓은 유리창 너머에 상자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창고나 공장인 것 같습니다. 1층은 주차장이고 3,4,5층은 넓은 유리로 되어 있는데, 2층은 닫힌 표정이네요. 층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황두진 소장님이 말씀하신 ‘무지개떡 건축’인가 봅니다. 2층 벽과 3층 바닥 사이에 난 틈이 그 혐의를 더 짙게하고 있네요.

2층 상부, 3층의 발코니 난간을 박공 모양으로 표현해서, 1,2층이 상부와는 완전히 다른 기능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역시 ‘무지개떡 건축’입니다.

벽 색깔로 눈길을 끌었던 작은 건물입니다. 그리 정교하게 디자인된 건물은 아닌데, 오히려 그래서 정감이 갑니다.

지나간 유행의 타일 마감과 촌스러운 간판.

1층은 주차장이랑 가게, 2층은 (폐쇄적인 표정으로 보아) 집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주차장 폭이 저 정도만 되어도 가로의 흐름이 무난히 이어집니다.

그냥 평범한 건물들이고 딱히 디자인 잘 된 것도 아닌데, 사진을 찍어서 다듬고 새삼스럽게 바라보면 의외로 몰입하게 됩니다. 지붕 아래 작은 환기창, 간판을 겸한 발코니 난간, 간판 글자, 숨은 듯 자리잡은 편지통 등등, 작은 아이템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깃들어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늘어선 이런 상황의 이런 건물에서는 박공지붕이 펼치는 주장 (옆건물과는 엄연히 다른 독립된 자아로서, 가로풍경을 이루는 당당한 구성원이다!) 이 크게 와닿습니다.

구경하는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재료의 이런 연출 또한 정겹게 느껴집니다. 골판은 그림자를 부드럽게 흡수하고 퍼뜨리네요. 빗물이나 녹물의 때를 무난하게 품어주기도 하고요. 역시 새삼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장면.

우리나라로 치면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쯤 되는 것 같은. 층이 바뀌면서 창문 패턴이 뜬금없이 바뀌는 것을 보니, 내부 공간 구성 또한 드라마틱할 것 같습니다. 창턱과 차양을 내밀어서 요철을 만든 것도 흥미롭고요. 좀 더 구석구석 자세히 사진을 찍어놓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됩니다.

역시 새삼스럽게 몰입하게 하는 건물. 우글거리는 골판의 질감이 경쾌하고, 드리워진 그림자는 부드럽고요. 코너의 묵직한 기둥을 가볍게 감싸는 붉은 난간은 나름 ‘복합적’으로 보입니다. 피봇 방식으로 열리는 창문을 보면서는, 기성품 복합창호를 당연한 듯 쓰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많았다는 (건축가로서의) 반성을 하게 됩니다.

차양 부근으로 튕겨지며 번져가는 햇볕을 보는 재미. 어둠의 경계에 걸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창살을 보는 재미. 그런데 내부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이런 창문 패턴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차양을 이루는 접힘 하나하나, 녹슨 창턱 구석, 가로 세로 창살을 붙잡는 매듭 하나하나 마다 각각의 영혼이 깃들여있을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