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년 이맘때였던가…
작업실에서 자화상 컨테스트라는 이벤트를 열었었는데,
그 이벤트 참여와, 포트폴리오 아이템 확보의 일석이조를 노리며 했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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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수년 동안 틈틈이 모아 두었던 것들인데요,
보시다시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각종 부품들과 오토바이 엔진 점화플러그, 체인, 기어 등입니다. 첫 직장 근처에 오토바이 정비소가 있었거든요. 각종 컴퓨터 부품들은 사무소 컴퓨터 업그레이드 하면서 버려지게 된 것들이구요.
오래된 것, 기계적인 것…. 들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죠.

포트폴리오에 넣었던 텍스트를 그대로 (번역해서) 옮기자면,

….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화상을 그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가장 깊이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내 모습을 그려내는 것은 상상을 제한하여 진부한 결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오랫동안 모아두었던 잡동사니들로 일종의 꼴라주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 마음에 끌려서 모아둔 잡동사니들이, 내 근원적인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줄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고물잡동사니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모아온 것이다.
대부분의 주변사람들은 왜 이런 고물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고물들을 좋아하는데,
왜냐면 이것들이 잊혀진 추억들(그들이 제 구실을 발휘했었을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며,
또한, 더이상 제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어떤 슬픔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

아무튼 영작해놓은 것을 다시 번역하니 문장이 조금 어색하고 거창해보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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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고물들을 이리저리 만지고, 배치하면서 온갖 상상을 하며 고민하다가….
(아무튼 벼라별 생각을 다 했어요. 입체적으로 쌓아올려서 얼굴 비슷하게 만든다던지, 고물들의 일부만 쓴다던지, 고물 하나만 사용해서, 거기에다가 아크릴 물감 등으로 눈코입따위를 그려넣는 다던지…) 문득 우연하게 이런 식으로 배열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순간의, 마치 불꽃이 튀기는 것 처럼 느껴지던 짜릿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사진은 작업실 앞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놓아두고 찍은 것이구요.

아무튼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작업실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이걸로 대상을 탔었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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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에 찍었던 사진.
뭐…… 물리적으로 모양이 비슷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비슷해 보인다….. 고 우기고 싶은 거죠…

2 Comments

  1. 전에 사진수업들을때,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이미지를 만들어본적이 있었는데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사람이 가진 물건이 이미 그사람의 어떤 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걸로 또다시 자화상을 연출한다… 기억의 집합체, 꼴라쥬… 재미있습니다. 아니,” 재미나효” 🙂

    1.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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