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페리터미널/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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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라기 보다는 작은 언덕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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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안내 표식은 바닥인지 벽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표면에 판박이 혹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다루겠지만, 글자의 크기는 해당 시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화살표의 개수는 해당 시설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끊김 없이 연속된 표면으로 이루어진 지형같은 건물”이라는 개념에 잘 어울리는 연출 방식입니다. 건물 전체의 주된 개념을 살리고 부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런 고민이 사소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작은 요소들에까지 적용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개념이 분명하고 강하다 보니 개념에 호응되는 분명한 디자인 방식을 사소한 하위 요소들에까지 비교적 손쉽고 적용할 수 있었다고 말 할 수도 있겠습니다. 처음 개념을 잘 잡으면 디자인은 자체의 힘으로 저절로 진행되는 듯한 힘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개념이 중요하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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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다 보니 왼쪽 언덕에 가려져 있던 배가 슬슬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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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했었지만, (무지무지 튀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배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넘겨주고 건물 자신은 배경으로 조용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배와 사람.
주제는 흐름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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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바닥”에 손을 대거나 맨발로 걸어다니면,
“토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상처” 쯤 되는 의미일 듯…) 가 생기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곳곳에 이런 주의 간판이 서 있었는데,
건물을 지형으로 인식하고, 지형처럼 대하려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원래 의도와 개념이 잘 살아난, 성공적으로 디자인된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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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지 말아 주세요.” 라는 주의 표식도 여기 저기 많이 붙어있었는데요.
역시 올라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게, 잘 디자인되었다는 반증이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유연한 행태를 유도해내게끔 열심히 디자인해 놓고서는,
나중에 이런 주의 문구 따위로 그러한 행태를 제한하려는 모습에서 기묘한 역설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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