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렌조피아노미술관/01

작년 8월 말 경에 바젤이라는 스위스와 독일 접경지대에 위치한 작은 도시에 구경갔었는데요. 그 때 찍었던 건물 사진들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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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의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모던건축물리스트”입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이 이번 건물의 이름과 건축가인데요.

Beyeler 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렌조피아노미술관이라 부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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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를 벗어나, 라인강을 건너서…. 바젤의 “강북”으로 가서… 교외로 이삼십분 정도 가다보면 도달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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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광객들과 주민들로 인해 활기찬 분위기를 보였던 구시가지에 비해서 비교적 한산하고 조금은 썰렁한 분위기였는데요.

세련되지만 차분한 모습의 담장이 그러한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큰길가에서는 미술관 건물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아서,
까딱 잘못하면 모르는 채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쉬운 지경이었어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동네 분위기에 포옥 녹아 스며들어간 모습이었는데,
기술의 성취를 과시하며 주변과 철저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던 초기작들 (대표적으로 퐁피두센터) 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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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나중에 보시겠지만 건물의 벽면도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분홍색의 인도사암과 얼핏 보면 비슷한 색감이지만, 지금 사진으로보니 화강암 계열의 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화사하고 화려하지만 천박해 보이지는 않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돌 사이를 채우고 있는 몰탈도 돌과 비슷한 색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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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붙어 있던 명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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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은 건물 구경을 다 하고 난 다음, 큰길에 면한 돌담의 반대편으로 한참 걸어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길게 수평으로 누워있는 모습이 차분하고 편안해보입니다.

서향의 햇빛을 받고 있는 벽면의 화사한 색깔이 들판과 잘 어울려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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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담장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잔디밭을 끼고 조금 더 들어가면 이렇게 건물의 일부분이 보이게 되어있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았던 건물 전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없었죠.

영역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건물 전체모습이 보이는 방식(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학교건물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교문을 열고 들어가면 운동장 너머 건물 전체가 멀리 한 눈에 보이는 방식…) 보다 소박하고 탈권위적인 제스춰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잠시 머물면서 겉모습을 사진기에 담아가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건물이기도 합니다. -.-;

한편으로는 라인강에서 노닥거리느라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건물 안에 입장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쉽습니다. 언제 이 곳에 다시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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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면 건물 앞에 붙어있는 작은 연못이 보입니다.
연못의 물높이가 건물 내부 바닥 높이와 거의 일치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칼로 잘라낸 것처럼 정교하게 조율된 환경과 날렵하고 가벼운 부재들이 일본풍의 “젠”스러운 현대건축물을 연상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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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인데요. 바깥에서 보았을 때에는 건물 상부를 전체적으로 덮고 있는 가볍고 거대한 캐노피처럼 느껴졌었는데, 내부에서도 이런 느낌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가볍고 단순한 선적 부재들이 반복되는 모습에서 역시 “일본건축스러운” 느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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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라보니, 문득 유리 지붕의 문양이 다다미의 표면 패턴을 연상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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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과 지붕부재들이 어떻게 접합되어 있는 지 알 수 있는데요.
투박하고 거칠게 보여서 의외로 조금은 실망스러운 모습입니다.

왼쪽을 보면, 유리 천정의 패턴과 같은 패턴의 미세한 루버가 겹쳐 보이면서 익숙하지만 여전히 재미난 효과를 자아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페로가 즐겨 사용하는 와이어메쉬를 연상케하기도 하구요.

재료들의 표면효과에 관심이 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건축가들 (이 두가지 직군이 분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흔하게 상상하고, 또 사용하고 있는 효과이긴 하지만, 볼 때마다 눈이 즐겁습니다. 청담동에 있는 루이뷔똥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효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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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효과가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요.
숨이 막힐 것 같은 환상적인 모습 아니겠습니까… (아님 말고 -.-)

표면의 존재감이 모호하게 사라지면서, 안그래도 가볍게 살짝 걸쳐져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지붕이 한층 경쾌하게 보입니다.  단순한 수법으로 풍요로운 효과를 자아내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자기 과시적이고 그 자체가 표현의 목적이었던 테크놀러지가, 의도하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듯한 느낌입니다.

도전적인 청년에서 원숙한 할아버지로 변해버린 거장의 면모가 얼핏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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