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비트라-하디드소방서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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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겸 거실에서 나와서 찍은 사진. 체력단련실의 윗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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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전면에 달려있던 루버. 근처 하디드 파빌리온에서도 이런 식으로 루버를 사용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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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 처음에 소개했던 콘크리트 캔틸레버 캐노피.
자세히 보면, 끝부분이 아래로 휘어있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가이드 아줌마가 말하길, 몇 년 전부터, 특히 여름철 큰 비가 내린 후마다 조금씩 내려앉고 있다고 하더군요. 올해에도 비 오기 전에 제발 큰 비 내리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큰 비가 왔고, 더 기울어졌다고. 지금으로서는 기도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이 없다나요.

표현을 위한 건물이니까. 재료의 물성이 깊이있게 반영된 “좋은디자인” 혹은 “착한디자인”이 아니니까, 이런 해프닝이 생기는 것이죠. 나중에 하디드 파빌리온에서는 다른 종류의 하자가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아아… 재료의 물성을 깊이있게 반영하기는 커녕, 일부러 재료의 물성에 반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니까요. 벌써 10여년이 지났나? 일본의 한 레스토랑 인테리어 해 놓았던 것 기억나시나요? 철판을 현란하게 휘어서, 철판이 아닌 무슨 옷감처럼 다루어 놓았던 것…..

한편으로는, 저렇게 무난하고 뭉툭하게 처리해 놓은 천창이 약간은 아쉽기도 합니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건물에서 이것만 눈에 띄게 튀는 것 같아서 보기 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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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식당을 바라본 모습.
이 부분에도 행잉도어 방식의 슬라이딩 도어가 쓰였는데요.
문이 매달리는 부분의 레일과 바퀴 등의 부품들을 이렇게 철판으로 큼지막하게 감추어 놓은 게 좋아보이구요. 이 철판이 동시에 콘크리트 벽면의 아래부분의 마감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잖아요. 그래서 더 좋아보이고.
유리문을 활짝 열면, 문의 옆에 있는 배후의 마감면을 가리면서 거울처럼 되구요. 대단한 것은 아닌데, 그런 것도 좋아 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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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격납고를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
날렵하게 뻗어나가는 지붕이라던지,
비스듬하게 뻗어나가던 유리가 콘크리트 벽면과 예각으로 정교하게 만나는 부분이라던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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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계단을 위에서 바라본 모습.
위에서 바라보니 난간이 더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지더군요.
이런계단은 허겁지겁, 아래로 떨어지듯이 뛰어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들지 않습니까?
왼쪽사진에서 보이는 난간의 끝 부분이 날카로와 보여서 보기에는 좋은데.
급하게 내려가다가 옷자락에라도 걸리면 엄청 짜증날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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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나왔던 소방차 격납고를 찍은 사진. 바로 그 부분의 내부에서 찍은 모습.
사실은 안도다다오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기대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는데
정작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창호 디테일은 그냥 무난하고 쉽게 알루미늄 바로 처리되었더라구요. 기후도 다르고. 기후가 다른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는 확실하게 거주를 위한 공간이니까. 그리고 시공성이랄지, 완성도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유럽에서 안도다다오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지어진 건물이니까요. 그러고보니 게스트하우스, 게리의 아트센터, 하디드의 소방서, 모두 앞에 “최초”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건물이네요. 새삼 비트라 회장의 안목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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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라 단지 인근 마을에 커다란 소방서가 세워지면서, 하디드의 소방서는 더이상 소방서로 기능하지 않게 되었어요. 절대로 건물 자체의 하자 때문이 아니구요. (화장실이 어지럽다던지 하는 식의….) 아무튼 그렇게 되면서, 잘 알려진대로, 소방차 격납고에는 소방차가 없고, 대신 세계를 빛낸 100개의 의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이드의 말이, 비트라 회장이 개인적으로 4천개가 넘는 의자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 100여개를 직접 골라서 전시하게 되었다나요.
물론 이 의자들은 디자인 교과서나 미술교과서 등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산업디자인역사상 의미있는 의자들이 대부분이구요.
또한 이 의자들 모두 비트라에서 상업적으로 대량생산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입니다.

100여개의 의자들을 일일히 (100개 전부다는 아니고 그 중 약 70개 정도) 상세하게 소개하는 가이드의 성실함(?) 도 놀라왔고요.

이런 호사를 다시 누릴 수 있을까…. 아무튼 참 좋은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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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납고의 에이치빔도 이렇게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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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로비 방향을 바라본 장면.
저쪽으로 나가면, 지난번 글에서 조명조작반으로 소개된 “그것”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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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벽이 약간 솟아나와 있죠.
건물 전체의 완성도에 어울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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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뒤돌아서 찍은 사진.
참 대단한 건물입니다.

지어진 지 십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십년, 이십년, 오십년 뒤에도 “전위적으로” 느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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