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성야곱축구경기장(헤르조그)

비트라로 가기 전, 아침 일찍 갔었던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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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일찍 잠들었던 탓인지, 일찍 일어났는데, 비트라의 가이드 투어 시간은 오후이고. 그래서 여유시간이 생겼었는데. 숙소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건물을 하나 더 구경하기로 했었죠. 헤르조그가 디자인한 성 야곱 축구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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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에 세워진 헤르조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규모가 제일 큰 건물인 것 같습니다.
요즈음엔 경기장만 달랑 짓는게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등을 함께 짓는 것이 유행이라죠.
상암월드컵경기장에도 영화관이랑 할인매장이 같이 들어서 있다고 하구요.

이 경우도, 축구경기장과 각종 상점들 및 아파트 등이 함께 서 있는 경우입니다.

둥글둥글하게 마감된 축구경기장과,
거칠게 마감된 부대시설이 대조를 이루며 서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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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시설 마감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판넬로 되어 있는데.
특히 파리에 서 있는 건물들 중에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판넬로 지어진 건물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우리나라랑은 기후가 다르니까요. 연교차도 심하지 않고. 비가 꾸준히 오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여름철처럼 며칠동안 퍼붓듯이 오는 비도 아니고. 그래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판넬 사이의 이음새 부분에 하자도 별로 안 생기는가 봐요. 우리나라에 비해서 인건비도 비싸니까,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시공법을 선호할 수 밖에 없겠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판넬로 지은 건물들은, 뭐랄까… 좀 더 짜임새가 있어보이더라구요. 이음새가 분명하게 표현이 되니까. 조립되는 상황이 쉽게 설명이 되고. 그리고 몇 가지의 판넬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니, 완성도도 높아 보이고. 요소 하나만 정성들여 잘 디자인 한 후, 그걸 반복적으로 찍어내서 연달아 붙이면 되니까요.

아무튼 특히 파리에 있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판넬로 된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야.. 참 이사람들 건축 쉽게 하는구나… 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 건물의 경우에는, 판넬의 문양이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거니와.
문양의 일부분에 개구부가 생기고, 그게 어느 부분에서는 루버가 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난간이 되기도 하는데.
보기에 흥미롭더라구요.

사실은 이런 종류의 조형원리.. 는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죠. 같은 시각요소들이 반복되는 가운데, 상황에 따라 일부의 변형이 일어나서 적용되고.

이런 것을 보면, 스타일이나 유행에 상관없이,
꾸준히 적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조형원리라는 것이 있기는 있는가 봐요.
그런 생각이나 믿음을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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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모서리는 그냥 이렇게. 마음 편하고 무난하게, 쉽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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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느낌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로 마감된 부속시설과 대조되는,
둥글둥글한 반투명 플라스틱제 마감으로 이루어진 경기장.
부속시설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아래사진은 보시다시피 경기표 파는 부스.
글자를 이렇게 큼지막하게 박아놓은 것도 좋아 보이고.
글자 아랫부분이 잘려나가게 배치해 놓은 것도 눈에 띄구요.
예전부터 가끔씩 생각했던 것인데.
글자를 이렇게 “틀” 바깥에 넘치도록 배치해 놓으면…
글자가 둥실둥실 떠다니다가 어느순간 우연하게 포착된 듯한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뭐랄까…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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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출입구의 사인도, 이렇게 큼지막하게 붙여놓았어요.
플라스틱으로 사출된 요소를 반복적으로 붙이는 식으로 된 입면구성은,
예전에 오래전에, 렌조피아노 작품집에서, 그의 초기 작품에서 여러 번 본 것 같습니다만.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사용의도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렌조피아노의 경우는 새로운 구축시스템 자체에 주목했었던 것 같고.
헤르조그의 경우는, (이 축구경기장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시각적인 효과에 더 주목했었던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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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여러가지 표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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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경기장 내부를 옅보았어요.
내부는 그냥 무난하고 평범하게 디자인된 것 같았고.
다만, 화장실을 표현하는 사인이 흥미롭더군요.
장애인/여자/남자
장난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구요.
이런것을 보면, 건축을 참 잘 하면서도, 동시에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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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즈들을 위한 상점…..
축구단의 역사가 100년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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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동떨어져 있던 또다른 티켓판매 부스.
FRP라고 하나요? 흔히 정화조만들 때 쓰이는 것. 유리섬유를 접착제로 층층히 붙여가며 만드는 것 있잖아요. 그냥 통짜로 찍어내서 땅에다가 박아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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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이 철길과 면해 있는데.
철길과 맞닿는 부분은 이렇게 경사가 져 있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 와인저장고에서 쓰였던 철망 안에 돌맹이들을 넣어서 쌓아 둔 디테일을 보게 되어 반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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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과 레벨차이가 나는데. 그래서 옥외 승강기가 설치되었고.
이것도 그냥 아주 편하게 디자인하고 시공한 경우입니다.
보기에는 꽤 세련되어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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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보면 콘크리트 상자 앞에 아주 얇게 유리만 달랑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렇게, 그냥 쉽게 알미늄 바를 턱 붙이는 식으로 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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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탑 앞에서 보이는 장면. 지금은 저렇게 활짝 열려있지만,
날씨에 따라 열리는 패턴이 다르게 되겠죠.
크기가 꽤 커서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건물이지만.
이렇게 편하게 시공이 되어 있고,
가벼운 재료로 되어있고.
또 경우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게 될 것이니까…..
아무튼 보며는, 큰 덩치로 인한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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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찍었는데. 디테일이랄 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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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도 희한하다면 희한하다고나 할까.
에이 글자와 경기장 안내판을 조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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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요(건축과도시)에 있는 “장충동삼성생명빌딩” 참조해 보시면 나름대로 재미있을 듯.
이 쪽이 좀 더 편해 보이면서도 세련되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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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쪽에도 같은 상황이구요.
각종 가게들의 사인을 이렇게 모아서 세워놓으니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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