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A.P.C./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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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작년 봄, 안개님과 함께 했던 동경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여행 마지막 날, 캣츠 스트릿 근처였었다고 기억되는데요,
“동경 건축 맵” 에 작게 사진이 실려있었는데, 유명한 건물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이 생겨 찾아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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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 이런 게 너무 좋아…)

노출콘크리트, 유 글라스, 유공발판, 그리고 각종 평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탄탄한 구성.

묵직하고 탄탄하면서도 날렵한 (하찮은 형용모순 -.-;) 모습이 왠지 닛코에서 보았던 고건축의 구성을 연상케하는 것 같습니다. 재료를 다루는 태도, 혹은 마인드, 그리고 장인정신 등에서, 어떻게든 “전통”과 이어져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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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판에서 흔히 보게되는 유공발판을 수평 루버로 연출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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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살짝 들어간 발코니의 난간은, 손스침은 평철로, 손스침 아래 부분은 와이어로 처리.

아, 그리고, 유공발판을 지탱하는 세모 모양의 철물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장식아닌 장식처럼 기능하고 있는 모습도 참 황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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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고 싶은 것은, 평철 손스침의 가운데 구간(?)을 T자 단면으로 처리한 장면입니다.
휘어지기 쉬운 평철의 약점을 보완한 것인데요.
가장자리부분은 그냥 평철로 하고 가운데 부분만 보강을 한 점에서 높은 내공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가장자리까지 빽빽하게 T자 단면으로 처리한 모습을 상상하고, 지금 보이는 처리 방식과 비교를 해보면, 무시하기 힘든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90년대 중후반 부터, 노출콘크리트와 평철 난간의 조합은,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디자인에 신경을 좀 썼다는 중소규모 건물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수법인데, 제법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했다는 건물에서도 난간의 평철 손스침이 보기 싫게 휘어진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냥 평철 난간에서 저 정도까지, 한 두 걸음 더 나아간 디자인은 의외로 보기 힘들죠.

일본에서는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쯤에 지어진, 평범한 동네 건물에서도 왕왕 보이는 장면입니다.

이런 장면을 보면, 재작년이었던가.. 역시 동경 여행을 갔었을 때 도쿄 포럼 앞에서 보았던, 마름모 모양의 횡단보도 표식이 연상됩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아이템인데, 디테일에서 엿보이는 미감이나 요소를 다루는 디자인 마인드는 같은 종류의 것인 듯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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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널판 문양을 사용한 노출콘크리트.
표면이 조금 지저분하게 나와도, 표면이 살짝살짝 휘어져도 크게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그리고 시공의 질을 장담하기 힘든 현장에서 추천하고 싶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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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 발판은 워낙에 좋아라하던 소재인데, 그게 가지런히 반복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황홀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세히 보면 등간격이 아닌, 어떤 리듬을 가지고 배열된 것을 알 수 있는데, 루버 겸, 난간으로 사용되었나 봅니다.

유-글라스에 유공 패턴이 반사되는 모습도 무척이나 근사하고…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금속판을 접어서 칼날처럼 표현한 지붕 끝 선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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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널판 노출콘크리트, 유공발판, 유-글라스, 평철, 와이어….
무척 잘 어울려 보이는 조합.

공통점이 있다면 별도의 도장, 도색이 되어 있지 않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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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인지, 가게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게 건물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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