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서울특별시지하철광고두점

지자체들의 광고와 홍보가 공격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한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라,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지하철에서 눈에 띄는 서울특별시 홍보 광고들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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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무지개로 만든 다리, 있다? 없다?

공중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제목을 빌려서 타이틀로 삼은 모습이 말랑말랑해서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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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대교에 최근 설치된 세계 최초의 “분수 다리”에 대한 내용이다.

확 달라진 한강 풍경에 깜놀하고 있는, “3년 만에” 귀국한 딸의 모습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양, 쿨하고 쉬크하게 운전하는 아빠의 모습이 대비되고 있다.

하고 싶었던 말은,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이래 지난 3년 동안 서울은 눈부시게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서울시민들은 그 변화를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는 주장이겠다.

“아빠! 내가 없는 동안 한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워 보이는 딸의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은,  “너가 없는 3년 동안 오세훈 시장님이 이것저것 많은 업적을 이루어 놓으셨단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깜놀한 딸”과 “쿨한 아빠”에 빗댄 플롯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을 자아낸다. 속이 뻔히 보이지만, 거부감 크게 들지 않게 잘 짜낸 이야기. 그렇다. 서울특별시는 시민들의 칭찬에 목마른 것이다. 그래서 외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깜짝 놀라며 칭찬해 주자.

“아니, 한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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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이 “달빛무지개분수”였구나.

사실, 이 시설에 대해서는 찬반이 분분하다. 돈 들여다 뭐 하는 짓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바람에 날리는 물줄기에 낭패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고… 근데 뭐… 한강 정도의 스케일을 가진 공간이라면 이 정도의 스펙터클한 연출, 이 정도의 액션이 적당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에 자전거 타다가 멀리서 물줄기들을 보았는데, 제법 볼만하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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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포맷의 시리즈 광고인가 보다….
“이제 그 자리에 큰 공원이 들어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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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를 허물고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든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세운상가 자리가 일제시대 때 폭격으로 인한 화재에 대비하기 위하여 만든 소방도로에서 유래된 공터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자리를 녹지축으로 만든다는 것이 얼만큼이나 당위성이 있을지는 좀 의문이긴 하다. 확실한 것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서울의 도시조직을 되살리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할아버지 두 분이 출연하고 있는데,
옛날 생각에 마음이 짠하시단다.
그러면서, 새롭게 펼쳐질 공원,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상상하며 마냥 희희낙낙해 하고 계시는데…

미안하지만, 세운상가가 허물어지고 새롭게 펼쳐질 녹지는 할아버지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지금의 종묘 앞 공원이나 피맛골, 낙원상가 옆 골목같은, 아무렇게나 벌러덩 드러누워도 어색하지 않을, 후줄근한 공간과는 좀 차이가 있을 것이다. 2,3천원짜리 돼지머리 국밥도 없을 것이고, 생선굽는 냄새에 찌든 후미진 골목길도 없을 것이다.

글쎄다…. 내가 할아버지라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세운상가의 모습에 나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일 것만 같다. 할아버지들 눈에 세운상가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 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운상가의 모습이 보기 흉하다면, 그만큼 지금 당신들의 모습 또한 보기 흉할 것임을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세운상가의 운명이 우리네 운명처럼 참 파란만장” 하단다. 허이구… 카피 진짜 잘 썼네.

한 때 모든이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세운상가도, 세월이 지나고 볼품없어지면 깨끗하게 사라져야 하는 도시가 서울이다. 한창 젊었을 때 잘 나갔던 사람도, 세월이 지나 할아버지가 되면 어디엔가로 물러나셔야 할 도시가 서울인 것이다.

서울에는 세운상가가 계속 서 있을 여유가 없다.
서울엔 하루 용돈 몇 천원의 할아버지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부담없이 온 몸을 부벼댈 수 있을만한 장소는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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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거… 참!”

참 … 보면 볼 수록 대단한 카피고, 대단한 광고다.



업적을 홍보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는 것에 대해 삐딱하게 보고 싶진 않다.
널리 알려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내는 것까지 사업의 영역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소통이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에 대한 홍보” 뿐 아니라, “과정에 관련된 논의”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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