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야 Z건담 극장판 3부작을 보게 되었다.
1부 “별을 잇는 자” 의 마지막 전투에 나오는 앗시머…
백식의 산탄총을 맞고 모노아이가 파손되지만,
곧, 세 개의 보조 센서가 가동되어 싸우는 모습.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설정이었다고나 할까. ^^
제법 인상적이었음.
앗시머에게 육탄공격을 한 후 탈출하여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아므로를 마크투가 구해주는 모습.
종종 나오는 이런 씬… 매니퓰레이터의 정교한 묘사를 과시하는… 들은 팬 서비스에 가까운 연출이었던 것 같다.
2부 “연인들” 의 마지막에 등장했던 “가쟈” (C인지 D인지는 잘 모르겠음) 하만 전용기.
이렇게 화려하고 의미있게 등장할 줄은 몰랐음.
얼굴과 가슴에 달린 거대한 렌즈가 반짝반짝 예쁘더라.
그냥 허접한 양산형 기체들 중 하나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알고보니 네오지온의 부흥을 상징하는 기체였다는 거지.
하만과 샤아와의 재회.
막강 카리스마의 충돌.
3부 “별의 고동은 사랑”
마지막, 시로코가 조종하는 디오와의 전투를 끝낸 후의 Z건담.
느릿느릿 설명하듯 연출된 마지막 변형씬…
역시 뻔히 보이는 팬 서비스였다고 생각된다.
물밀듯 밀려오는 감동. T.T
TV판과 결정적으로 다른 결말.
시로코와의 전투 후, 카미유는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얼마나 흐뭇했던지…
…
알던대로 TV판의 일부를 짜집기해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그렇게 실망스럽지는 않았고, 제법 만족스러웠다.
그냥 그림이나 프라모델로 볼 때에는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던 메카들이 정교한 플롯과 연출력에 맞물려 그럴듯한 세계를 형성하는 점이 적잖게 놀랍기도 하더라.
Z건담이 다른 메카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기만 하지도 않고, “자주” 위기에 빠지는 것도 의외였고.
남녀사이에 벌어지는 집착이나 기만, 비열하고 잔인한 정치적인 모략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것을 보고는 적잖게 황당했더랬다. 얘네들은 애들 만화에 이런 이야기를 집어넣는단 말인가…
…
오래전부터 건담시리즈 (정확히 말하자면 “우주세기” 건담류)의 팬이었지만, 오리지날 TV시리즈는 보지도 못했었고, 그래서 Z건담을 동영상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0083이나 역습의 샤아는 진작에 보았었지만, 아무튼.. ) 마음을 먹었더라면 일찌감치 찾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예전, 허접한 해적판 설정집들을 보면서 상상 속으로 거대한 탑을 세우고 허물고 또 세우며 두근거리던 중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이제야 보았다는 사실이 적잖게 의외이긴 하다.
…
세상이 좋아져서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었다.
한참 원하던 때에는 이렇게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
…
…
…
어찌되었든, 꿈은 이루어지더라.
그 때의 간절함을 잊지 말고 소중히 간직한다면,
그 때 막연하게만 꿈꾸던 희열을 언젠가는 반드시 맛보게 될 일이다.
몇 년 뒤일지, 몇 십년 뒤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