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그랜드센트럴/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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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출장갔었을 때 찍은 사진들.
워낙 기차역을 좋아하는지라, 작정하고 그랜드센트럴에 구경갔었습니다.
세 번 정도 가서 구경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남겨진 사진들을 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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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통과하면 기분좋게 천정 높은 진입홀(?)이 나오고, 진입홀(?)과 중앙홀(main concourse)을 가르는 유리창이 눈 앞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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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 문 위에 각인된 글자가 인상적이었어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영원히 기차역으로, 기차를 타기 위한 중앙홀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은 모습.

건축이라는 형식으로 구축된 물리적 공간이 아직 신비와 권위를 품고 있었을 때의 시대상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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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홀로 건너가기 전, 뒤 돌아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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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홀과 중앙홀을 가르는 창문과 같은 크기, 같은 모습입니다만, 이중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창문을 찍은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많이 올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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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중창 아래에는, 역 바깥의 상황이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보이는 방풍실의 경사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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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진입홀-중앙홀 로 이어지는 축 좌우 방향으로, 깊게 여유 공간이 펼쳐져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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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명확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애매한 공간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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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럽게 펼쳐진 빈 공간과 의자가, 기차여행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조금은 더 비일상적인 귀한 이벤트였을 때의 시대상을 넌지시 말해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떠나거나 도착할 때, (마치 지금의 공항처럼) 지금보다는 환송객, 환영객이 한결 많이 나왔을 것이었겠고, 조금 더 귀하고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했을 것이었겠고… 등등.

지금은 그냥 일상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지하철 이용하듯, 별다른 감흥 없이 그냥 통과하는 공간.

그나저나, 바닥에 드리워진 햇볕 무늬를 좀 더 찍어오지 않은 것이 참 많이 아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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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찍으니까 전체적인 공간감이 그나마 이해가 되네요.

물질적인 가치를 추상적인 계약서의 숫자로 대체한다는 개념에 전적으로 익숙해지지 않았을 무렵의 예전 은행 건물들을 보면, 실용적인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게 높고 넓은 공간 구성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용된 재료도 호사스럽구요. 실감하기 힘든 추상적인 권위를 건축의 힘, 공간의 힘으로 보완하려는 의도였겠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금의 공항이 차지하고 있는) 원거리 대량 수송의 거의 유일한 결절점이었을 당시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그에 걸맞는 권위를 공간감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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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고전 장식 모티브가 지배적이었지만, 프로그램의 얼개와 흐름(동선)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모던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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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애매하게 남겨진 공간을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방법으로 점유하면 안되니까, 이렇게 울타리를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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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게 참 좋더라구요. 이런 종류의 아이템에 이 정도의 고급스러움.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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