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높은 건물이지만, 보행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체험은 위압적이거나 황량하진 않았습니다. 상부의 루버가 단정하게 거리의 풍경을 정리하면서 1층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
특별히 입구가 뚫려있지 않는 부분에도 캐노피를 만들어 아늑한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무채색 계통으로 처리된 간판도 눈에 띄네요.
캐노피와 조명등으로 친밀한 공간감이 연출되고 있는 모습.
플라토닉하게, 반듯한 윤곽으로 디자인된 건물이 아니라서, 주위를 거닐다 보면 이렇게 작은 광장같은 공간도 나오는데,
연달아, 자연스럽게 입구가 등장합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로고와 날렵한 방풍실 박스가 어우러져, ‘미래와 과거의 어느 중간 정도의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곧잘 접하는, ‘과거같은 미래’라고나 할까요? (RETRO FUTURE?)
방풍실을 이루는 유리상자도, 애플스토어의 유리상자와는 사뭇 다르게 디자인된 모습입니다. 매끄러운 볼륨을 자랑하는 ‘순수한 상자’ 가 아니라, 이런저런 부품들을 짜 맞추어 만들어낸 공예품 처럼 디자인된 모습인데, 건물 전체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느낌이기도 합니다.
건너편 모습인데, 상황은 비슷합니다. 보행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따스하고 아늑한 거리 풍경.
앞서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2층 이상은 루버를 촘촘하게 늘어놓아 거리 풍경을 정돈하면서, 몸과 좀 더 가까이,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1층 언저리에는, 직관적으로 파악되는 얼개의, 친밀한 스케일로 조립된 요소들을 늘어놓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버’를 고정하는 부품의 얼개. 역시, 두툼한 부품 하나가 아니라,. 날렵한 부품 두 개로 고정.
앞서 보았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원형이라는 조형 모티브를 집요하게 반복하는 디자인이었다면, 지금 보는 ‘뉴욕타임즈’는, 특정 조형 모티브가 아닌, 디자인 어휘를 조합하는 마인드, (혹은 문법?)을 일관되게 지키는 식의 디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