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시점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이, 1층 커튼월을 지탱하는 기둥들입니다. 사진에서, 둥근 구멍이 뽕뽕 뚫려있는 기둥들인데요. 전체적인 단면적을 유지하면서 힘이 가해지는 방향(이 경우에는 유리벽의 직교방향으로 작용하는 바람의 힘)에 대한 ‘깊이’를 늘려서 역학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디자인입니다만, 동시에, 거대한 스케일의 건물로부터 걷는 사람들이 느낄 지도 모르는 소외감을 덜어주려는 태도이기도 하겠습니다. 작은 요소들의 반복이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둥근 구멍들이 복고적인 스타일을 연상케 하거든요.
얇은 부재를 약간의 간격을 두고 두 겹으로 늘어놓고,
그 간격에 중간 부재를 끼워넣어서 연결시키는 방식인데, 건물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발견되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땅에 붙을 때에도 마찬가지.
일차적으로는 커튼월(유리벽)을 지탱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더불어, 간판이나 캐노피 등을 붙이는 바탕이기도 합니다.
필로티 천정 마감 속으로 스며들어갈 때에도, 땅에 고정되었던 방식처럼.
커튼월 창틀-연결부재-기둥-연결부재-간판바탕을 이루는 가로부재-연결부재-글자… 로 이어지는 접합 상황이 명쾌하고 논리적이라, 보기에 즐거웠습니다.
글자 없이 ‘간판 바탕’만 붙어있는 모습인데, 이 것 만으로도 그리 흉하거나 ‘하다가 만 것’ 처럼 보이진 않더군요.
유리창 너머에 높은 테이블이 놓여있었는데, ‘사람의 스케일’에서 얼마나 올망졸망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연출되는지 상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