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로의집/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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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무널판벽과 블랙스테인리스벽, 두 벽면이 유리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 잘 보입니다.

나무와 금속, 두 재료의 물성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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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던 방향을 다시 돌아보면, 바깥 풍경과, 밝은 빛과 함께, 새로운 공간이 발걸음을 유혹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매개 공간’으로 표현했던 그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른쪽으로는, 나무널판으로 마감된 화장실과 함께, 강당과 수장고로 이어지는 통로가 보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서비스 공간’으로 표현했던 공간입니다.

똑딱이는 어두운 장소에서 더 밝은 장면을 뽑아냅니다. 그래서 더 밝아 보이지만, 사실은 더 어두운 공간입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멀리 보이는데, 적극적으로 진입을 유도하는 표정은 아닙니다. 다음 발걸음이 어느 공간으로 향해야 할지를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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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로 이어질, 매개공간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안내도를 보며 어림으로 짐작했던 매개공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느슨하게 올라가는 입체적인 ‘인공지형’이 짜여져 있었는데, 분명히, 화가의 태어난 곳이자 미술관이 들어선 ‘땅’의 생김새, ‘땅의 풍경’을 의식한 결과이겠습니다.

이 매개공간은, 이렇게, ‘땅의 풍경’을 환기하는 장치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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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서 또 다른 전시실로 이동할 때, 바깥의 풍경을 끌어들이며 감상의 여운을 적당히 ‘마사지’하는 장치이기도 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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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말하면 여유로운, 나쁘게 말하면 느슨하고 방만한 느낌입니다. 땅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시골 미술관다운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 그냥 이렇게 느슨하고 여유롭게 비워진 공간을 통해, 화가의 배경이랄지, 창작의 바탕이 되었던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한. 아니, 이 공간만을 통해서는 아니겠고, 공간으로 스며드는 주변의 풍경을 통해서도.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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