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12월7일/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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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중심 번화가 “텐진”에서 다음날 온천으로 이동할 버스표를 예매한 후, 막간을 이용해 근처 “캐널시티” 로 구경갔습니다. “캐널시티”는 대규모 쇼핑몰이나 복합시설을 계획할 때 거의 바이블처럼 인용되는 곳입니다. 저도 회사일을 하면서 잠깐 스터디를 하거나 회사 동료가 스터디해 놓은 것을 어깨 너머로 훔쳐 보기도 했구요. “롯폰기힐즈”를 계획한 사람들의 작품인데, 따지고 보면 최신 시설은 아닙니다. 지어진 지 아마도 10여년은 넘은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텐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허름한 동네 한 가운데에 있더군요. 영석이(파파누이)말에 의하면, 중심 번화가 “텐진”의 압도적인 활기와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후쿠오카 전체의 소비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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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곳이고, 간접적으로 많이 보았던 곳이라 오랜 시간동안 치밀하게 관찰하진 않았고요, 그냥 부담 없이 주욱 돌아다니면서 구경했습니다.

상상했던 것보다 한결 밀도가 높고 스케일이 작았던 사실이 사뭇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인이나 디테일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보기엔 조금 구식 냄새가 나는 듯도 했지만, 아무튼 아주 잘 디자인된 시설이었습니다. 저드 디자인 특유의 수법과 원리를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은 아니지만, 간략하고 소박하게나마 정리해서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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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 다시 텐진으로 돌아와 영석이가 점찍어 둔 음식점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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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오키나와”의 옛 이름) 전통요리 전문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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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맞붙어있는 카운터에 나란히 앉았어요. 앙증맞게 놓여있던 테라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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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직접 쓴 글씨는 아니지만, 수채화 느낌으로 그려진 음식 그림으로 인해 정성이 느껴졌던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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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미역줄기 같은 것에 작은 알 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음식이었는데, 기름장에 찍어 먹으니 맛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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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처럼 쫀득쫀득한 느낌의 두부.
분명히 “두부”라는데, 젓가락으로 가르면 마치 떡이나 엿처럼 찌익 늘어나는 모습이 희한해 보였습니다. 입 안에서의 느낌도 즐거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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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요리는 잘 아시는대로 “고야”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계란옷을 입혀 눅눅하게 후라이 한 두부에 볶은 “고야”를 얹어서 내온 것.

저는 “고야”를 이 날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말린 호박, 혹은 우엉과도 같은 다소 단단한 식감에, 아주 흐릿한 풋내,
그리고, 유자차 건더기를 씹을 때 느껴지는 쓴 맛.

적잖게 쓴 맛이었지만 별다른 거부감은 없었고,
묵직하게 입안을 정리해 주는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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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족발에 된장과 간장(?) 양념을 살짝 얹은 뒤 푹 고아서 내온 것.
(역시 “고야”가 빠지지 않는군요.)
족발의 연골과 힘줄이 젤라틴처럼 흐물흐물해져서 먹기 편했고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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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 가라아게.
유자(?)를 듬뿍 뿌려 소금에 찍어 먹었는데,
입안에 넣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껍질은 적당히 바삭하고, 살점은 적당히 두툼하고 담백하고, 기름의 느끼함은 조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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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 스타일의 오뎅.
왼편에 양배추(혹은 양상추?)가 보이는데 이런게 류큐 오뎅의 특징이라나 뭐라나.
푹 삶은 돼지 족발이랑 유부주머니랑 같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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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처럼, 삼겹살 덩어리를 껍질 채 삶아서 내온 것인데, 간장양념이 아주 흐릿한 점이 동파육과는 다른 점이었어요.
내가 고기 찜을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고 이런걸 주문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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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식사로 “류큐 탕면”을 시켰어요.
칼국수 면에 두툼한 짜슈같은 것과 고야가 곁들여져 나왔는데,
시원한 국물이 좋았습니다. 면이 아주 살짝 덜 익은 듯해서 조금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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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 뿌듯한 성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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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 선반 위에 놓여있던 또 다른 테라코타.

영석이가 숙소도 제공해 주고 버스표랑 온천장 예약도 하는 등 수고를 했는지라, 그리고 예전에 동경에서 염치없이 얻어먹기도 했던지라 음식값을 내가 내려고 했는데, 생각 밖으로 조금 많이 나와서 영석이도 같이 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식에 비하면 결코 비싼 값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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