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예약된 온천여행 버스 출발시간까지의 여유시간동안 영석이 사무소에 구경가기로 했습니다. 이 건물은 사무소는 아니고, 부근에 서 있었던 “고” 기쇼구로가와 의 작품인 “후쿠오카은행 본점” 건물입니다. 건축가이드북에 실려있었던 작품이라 반갑긴 했지만, 딱히 오랜시간동안 관찰하고픈 마음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영석이가 앞으로 2년여 동안 더 머무르며 일하게 되어 있는, “니켄세케이 후쿠오카 지점”…
사정상 내부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그게 조금 아쉽군요.
데스크마다 붙어있던 고가의 스탠드 조명, 다소 타이트해 보이는 자리배치,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사무환경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인 스터디에 충분히 긴 시간과 풍부한 인력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그런 와중에 일정 수준 이상의 훌륭한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간단히 구경한 후, 점찍어 둔 “하카다 소학교”를 찾아가는 길.
중심 번화가에서 다소 떨어진, 조금 한적한 분위기의 동네.
찾아가는 길에 있었던 어느 이름 없고 평범한 건물.
한적한 동네를 한참 걷고 있었는데, 영석이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다 왔네. 학교처럼 안 보이지?”
말처럼, 어린이들이 다니는 소학교라기 보다는 공장건물이나 연구소의 느낌에 가까왔습니다.
건축가이드 책을 통해 얼핏 짐작했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모든 면에서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훌륭한 건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야마모토 리켄”의 초기작들과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료 사용과 디테일 등의 건축 요소들이 그냥 보기에도 좋았지만, 그러한 건축 요소들을 통해 건물 안에 담겨지게 될 어린 학생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이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듯 하여 더더욱 좋았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 없이 건물 안팍을 누비며 500여 장이 넘는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다시 번화가로 돌아왔습니다.
“에밀리오 암바즈”의 유명한 작품, “아크로스후쿠오카” 의 뒷모습이 얼핏 보였습니다만,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영석이의 안내로 찾아간 식당.
“교토 스타일의 꼬치 튀김” 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밥과 국과 간소한 반찬이 먼저 나오고…
카운터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즉석으로 따끈한 꼬치 튀김들을 내놓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재료들도 아니고, 삶은 메추리알이나 작은 통옥수수 등, 다소 소박한 재료들을 꼬치에 꿰어 튀긴 것들인데, 각각의 꼬치들 모두 개성이 넘치고 가볍게 바삭하고 담백한 맛이 뛰어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두 평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열린 주방 안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두 명의 요리사들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 주방 주위를 열댓개의 좌석이 늘어서 있는 카운터가 둘러싸고 있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허름하고 낡았지만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적당한 포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