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여관에 돌아왔습니다.
현관 옆에 서 있던 그날의 손님 명단 표지판.
중간쯤에 “Lee” 라고 써있는데, 그게 예약을 했던 파파누이를 가리키는 것인데요.
이 명단도 그렇고, 또 다음날 아침식사 때 식탁 위에도, 그리고 체크아웃하고 나갈 때 가지런히 놓여있던 신발들 옆에도 어김 없이 “Lee”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습니다. 익명의 손님들 중 하나로써 대중적인 서비스를 받는게 아니라, 나만을 위한 맞춤서비스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간단하게 온천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식사 시작…
나베요리에 들어갈 것들… 온갖야채, 닭고기, 완자…
전채로 나온 것들과 과실주…
말스시, 스시, 수세미(?)
에피타이져들을 거의 다 먹어갈 때 즈음, 나베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합니다.
송이버섯과 약간의 해물로 우러낸 스프.
가벼운 구름처럼 퍼지던 깊은 향기…
계란찜…
로스트 비프…
무슨 그라탕이었는데, 로스트비프와 더불어 카이세키 요리의 메뉴로서는 조금 뜬금 없는 듯..
안에 무엇인가를 채운 떡에다가 걸쭉한 고기국물을 얹은 것….
배가 너무 불러서 반쯤 먹다가 포기…
“요리”가 마무리되고, “식사”가 시작됩니다.
생선소금구이…
이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더 먹으라는 것인지, 황당했는데,
막상 또 먹기시작하니까 어렵지 않게 뱃속에 잘 들어갑니다.
약간의 절임류와 밥…
디저트…
…
…
…
식사시간이 두 시간 정도 걸릴것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디저트까지 다 먹고 나니 정말로 두 시간이 조금 넘게 지났더라구요.
요리들이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처음부터 상 위에 차려지는 것들도 있고,
나베요리처럼 직접 해먹는 것도 있고,
순서대로 하나하나씩 나오는 것도 있는 등, 나오는 방식도 제각각이라
지루한 줄 모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먹었습니다.
진짜 배부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