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하카다소학교/01

지난 12월 초, 잠깐 후쿠오카에 놀러갔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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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날이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한적한 느낌의 대로변을 한참 걸어가다 보면, 문득 칙칙하고 삭막한 공장같은 건물이 나오는데, 이 건물이 “하카다소학교”의 일부였습니다. 옆에서 누가 학교라고 알려주지 않는다면 무슨 건물인지 모를 느낌의 건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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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고 보니, 대로에 직접 면하고 있는 건물은 학교시설의 일부이긴 하지만, 소학교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공민회관” 과 유치원으로 사용되는 건물이었는데요.

어찌되었든 소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대로변의 접점에 위치하여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건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받아들여지기 힘든 느낌의 디자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이렇게 짓는다고 하면 약간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런 정서가 상식적으로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고,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어린이 관련 시설” 이라던지, “잘 디자인된 공공시설”에 대한 선입견이 적잖게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블로그 포스팅이든, 책이든) 다룰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어린이 관련 시설” 은 알록달록, 경쾌하고 선명하고 예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굉장히 강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예쁘다”는 개념에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리고 무엇인가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필요 이상의 무엇인가를 덧붙인다.” 라던지, “눈에 확 띄게 구부리던지 휘어놓는다.” 는 식으로 이상하게 왜곡된 것 같기도 합니다.

디자인 전반에 걸친 저변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디자인에 투자하고자 하는 의지가 발산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피할 수 없는 과도기적인 현상의 일부라 생각됩니다만, 길게 보면 전망은 아주 밝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해 왔으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부침은 있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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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의 아래로 진입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 것이 서너개의 교문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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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하다 보면, 옆에 “공민회관”의 현관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의 대부분은 학교가 대로와 직접 면하고 있고, 그 경계는 삼사층 높이의 방음벽으로 되어 있는데요. 방음벽 바깥에다가 나무를 겹겹이 붙여놓기도 하고, 울긋불긋하게 색칠해 놓기도 하고, 담쟁이 덩굴을 붙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삭막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백미터에 걸쳐서 높이 세워져 있는 방음벽들로 인해 가로와 보행의 연속성이 깨어지는 사례도 허다합니다.

학교와 대로를 얇은 한 켜의 방음벽으로 나누는 것 보다는, 지금 소개하고 있는 “하카다 소학교”의 경우처럼, 학교와 결합될 수 있는 “공민회관”(우리나라로 치면 “구민복지회관” 쯤 될까요?) 같은 건물로 나누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습니다. 바깥에서 보기에 가로와 보행의 연속성이 깨어지지 않아서, 학교와 도시 조직이 이음새 없이 찰싹 맞붙게 되는 효과도 있고, 학교의 입장에서는 넓고 두툼한 건물덩어리가 얇은 방음벽 못지 않게 바깥의 소음을 막아주어서 좋을 것입니다.

학교와 “복지회관”이, 경우에 따라서 서로의 시설을 공유하면서 유연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겠습니다. 휴일에 구민들이 많이 몰려들때는 복지회관에서 학교시설의 일부를 빌려서 쓴다던지, 운동회처럼 학교에 외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올 때에는 복지회관의 일부 시설을 학교에서 빌려 쓴다던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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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필로티를 계속 걸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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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확대)

운동장에 서면 두 눈 가득히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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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삭막하고 칙칙한 가운데, 뭔가 요소들이 어지럽게 많아 보이는 것이,
홍콩의 빈민가나 서울의 오래된 저층 아파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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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들이 큼지막하게 요철을 이루면서 쌓여져 있는데, 단위교실들이 어떻게 짜여져 건물을 이루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되는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교실 창문의 윗부분은 골판처리된 폴리카보닛으로 되어 있고, 창문 아래부분은 일부는 노출콘크리트로 막혀있고, 일부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창문 위에 눈썹처럼 붙어있는 차양의 위치가 획일적으로 통일되어있지 않는 모습도 흥미로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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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계단은 외부계단으로 처리되어서 건물을 휘감으며 올라가고 있었는데, 냉난방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여름에는 추워서 감기 걸리고, 겨울에는 반바지입고 땀 뻘뻘흘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디자인이겠습니다. 뒤에 보시겠지만, 계단에 붙어있는 대나무 발처럼 보이는 스크린은 나무가 아니라 먼지가 뽀얗게 앉은 아크릴이었습니다. 좀 황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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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경사진 기둥들이 인상적인 건물덩어리가 있었는데,
체육관이나 도서관같은, 부속시설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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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가운데 쯤까지 가서 뒤돌아서 찍은 사진입니다.
방금 지나쳐왔던, 그리고 대로변에서 보았던 “공민회관”입니다.

질감이 그대로 생생하게 살려진 요소들을 쉽게쉽게 짜맞추어 구축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하는 스타일. 90년대 초중반에 “야마모토 리켄”이 이런 느낌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동주택을 만든것을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나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스타일이 널리 퍼져서 유행하는 여러 스타일 중 하나로 통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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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았습니다.
“건강하게 저렴한” 느낌이 아주 흐뭇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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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하기 위해 사진 정리하다가 발견한 것인데요.
빗물홈통이 상부의 띠창과 겹쳐지는 부분에서는 둔탁한 파이프가 아니라 가벼운 쇠사슬로 처리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재료와 짜임새는 저렴하지만, 디자인의 치밀함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2 Comments

  1. 우리나라 초등학교가 일본 초등학교 건물을 따라서 지었을 것이라고
    혼자 아무 근거없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진 않은가 보군요…

    1. 예전엔 좀 참고했었을 수도 있었겠지. 요즘은 사뭇 다르다.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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