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푸짐하게 먹고, 노천 온천에서 느긋하게 온천욕도 하고, 잠든 후,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는 저녁 식사와는 다르게, 각자의 방에서 먹는게 아니라 넓은 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게 되어 있었어요.
사진에는 안 나오는데, 테이블마다 고객 이름이 붙어 있더라구요.
따지고 보면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고,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다고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 붙어 있다고 크게 편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모습에서 여관 사람들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가격이나 노력에 비해 효과 만점.
기본 세팅. 저기에다 밥과 된장국이 나중에 나옵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적당한 차림.
짐을 챙겨서 나오기 위해 방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복도 풍경은 얼핏 보면 보통 호텔과 엇비슷하게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각 방마다 문이나 문패의 모양이나 크기가 다릅니다. 건물 안이 아니라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납니다.
방 문을 열면 신발을 놓는 현관이 보통보다 아주 넓게 되어 있고, 바닥이 울퉁불퉁한 돌로 되어 있어서, 역시 실내가 아니라 옥외의 마당같은 느낌이 납니다.
방에 들어서서 되돌아 본 모습인데, 왼쪽에 보이는 문이 방금 들어온 현관문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문은 화장실 문입니다. 바깥의 마당으로 나와서 뒷간으로 들어가는, 옛날 목조 건물에서의 생활 패턴이 소박하게나마 재현된 듯 하여 재미있었습니다.
미서기 문으로 공간의 켜가 나뉘어지고, 빛과 어둠이 나뉘어지는 장면은 일본 드라마 사극을 통해 곧잘 접하게 되는 그 느낌입니다.
실내 모습.
…
현관에는 그날 아침 여관을 떠나는 고객들의 신발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고, 아침 식사 테이블처럼 손님 이름표가 붙어있습니다.
별것도 아닌 이런 서비스가 참 품격을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예약해 둔 고속버스를 타고 구마모토로 가는 길.
이정표.
“아소” “벳푸” “구마모토” 등의 지명이 보입니다.
은근히 만화스럽고 웃기게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