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3월21일/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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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공항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

리무진 버스 정류장을 바라볼 때 마다 여러가지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크게 흉을 볼 만큼 형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무난하게 처리되어 아쉽고, 맨 위의 비행기 그림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잡한 수준입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아쉬운 점은, 인천 공항의 디자인 컨셉과 아무런 연관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빌모트가 디자인한 인천 공항의 예쁜 표지판과 일관된 컨셉으로 디자인되었다면 디자인 품질이 당연히 훨씬 더 높았을 것이고, 공항에 관련된 시설이라는 사실이 한결 명쾌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짐들을 가지고 버스를 기다리게 되기 마련인데, 아무런 영역 설정 없이 달랑 표지판 하나 만으로 정류장을 표현한다는 것도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더군요. 길바닥에 무거운 가방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놓아 두고 그 위에 걸터 앉은 모습이 조금 불안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소중한 짐들을 길바닥 한 가운데에 장시간 놓아둔다면 여러모로 신경쓰이고 불안한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외국인이라면 더하겠지요. 거기에다가 비라도 온다면 불안함에 불편함이 겹칠 것입니다.

인천 공항의 잘 디자인된 벤치와 같은 컨셉의 벤치라던지, (물론 실외용으로 재가공되어야겠지만) 간이 지붕 등을 사용하여 “포인트”가 아닌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 나았을 것입니다.

인천 공항의 잘 디자인된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충분히 재활용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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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 로비 구석에 리무진 버스 매표소가 보였습니다. 지난번에 눈여겨 보았던 장면인데,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하네다 대신 나리타를 선택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리무진 버스 매표소의 모습이 중구난방으로 엉망이었던 “예전의” 인천 공항 리무진 버스 매표소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인천 공항 매표소도 요즘엔 잘 정리되었더라구요. 다만 편도 3만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요금이 조금 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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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가와 역에 도착하여 야마노테센을 타고 메구로 역으로 이동하는 도중 찍은 사진.

작년 초 혼자 동경에 놀러왔을 때 머물렀던 메구로의 “프린세스 가든” 호텔을 다시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거의 1년만에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다만, 작년 초에는 혼자였지만, 이번은 안개님과 함께라는 사실이 다른 점입니다.

요즈음 공공디자인에 대해 나름 관심을 두고 있는 터라, 지난 번에 미처 보지 못했던 전철 안 풍경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손잡이의 모양이나 높이도, 그냥 일률적으로 설치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영역의 성격에 맞추어 세심하게 조정하여 설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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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주쿠역에서 내려서 오모테산도 쪽으로 가다가, 문득 길 너머에 요요기 경기장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일정에는 없었지만 잠깐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요요기 경기장으로 가는 다리에는 예전 동경올림픽 때의 추억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서울의 잠실과 비슷한 느낌의 풍경입니다.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러운 느낌이지만, 그러한 감성의 괴리 만큼 거리 풍경에는 깊이를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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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게 겐죠가 설계한 요요기 경기장은 너무나 유명해서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건물입니다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이 대담하고도 잘 정돈되어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구 쪽의 디테일은 21세기인 지금의 감성으로 보아도 멋지고 모던해 보일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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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산도 거리의 “메이지 진구 마에” 역 입구 캐노피인데, 한창 개보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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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표 건물”로 가기 위해, 오모테산도 거리에서 벗어나서 “메이지 거리” 로 들어섰습니다. 도중에 만났던 “세콤 사옥” 건물인데, 알루미늄 패널 (혹은 알루미늄 플레이트?) 로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입면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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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거리” 는, “건축MAP동경”에 의하면, 볼만한 건물들이 빽빽하게 표기된 오모테산도 거리와 달리 깨끗하게 표기되어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안개님도 오모테산도 거리보다 오히려 더 흥미롭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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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산도 거리 처럼 “하이엔드” 급의 건물들은 아니었지만, 건물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고 스타일이나 구법도 제각각이어서 참 볼만했습니다. 아기자기한 작은 샵들도 많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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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오늘의 목표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다케야마 세이”라는 건축가의 1991년 작품, “테라자” 입니다.

대학교 1,2학년 때, 한참 매료되었었던 건축가의 대표작인데요.
그 때만 해도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라, 작품집 속에서 건물을 보면서도 직접 찾아갈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는데,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실물을 대면하게 된다는 사실이 제법 감동적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고 유행이 변하고 나도 변했지만, 저 테라자는 작품집 속 모습 그대로 우뚝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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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지혜”를 더 무겁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두근거림이 시간을 뛰어넘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135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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