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바깥으로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 찍은 사진입니다.
길바닥에 “요코하마”에 관련된 각종 상징물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중에 이런 게 있더라구요.
요코하마 항구 근처의 명소들을 캐릭터로 만들어서 지도에 새겨넣었는데요.
거대한 동경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며, 의식적으로 정체성을 찾아서 가꾸려는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이 그림 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유명한 차이나타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예정에 없었기에 더욱 즐거웠던 구경…
라멘이랑 볶음밥 먹지 말고, 여기서 만두나 먹을걸… 하는 후회도 들더군요.
걷다가 만난 궁극의 볼라드.
자동차와 부딪치면 부러지는 대신 휘어지고,
필요가 없을 때에는 땅 속에 감쪽같이 넣어둘 수도 있고…
(안개님 찬조출연)
멋진 하수구 커버.
맞물리는 다이아몬드 문양이 요코하마 시 마크와 관련이 있는 듯…
다시 전철을 타고 시나가와 반대 방향으로 한 정거장 더 가기로 합니다. 다음 목적지를 위해…
이 때만 해도 그 목적지까지 얼마나 걸어야 할지, 상상을 못했었는데요…
“칸나이” 바로 다음역 “이시카와죠”에서 내려서 물어물어 찾아가는 길…
지도로 보았을 땐 몰랐는데, 제법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블로그 주인장의 괴팍한 취향 덕분에 덩달아 생고생하고 있는 안개님의 뒷모습… T.T)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 깊숙히 뜬금 없이 미군부대가 있었고, 미군부대의 일부를 개방하면서 조성된 듯한 넓은 잔디 공원이 있었고, (용산가족공원처럼!)
엄청나게 넓은 잔디 공원 끝에 1920년대에 지어진 옛 경마장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림 속 “일등마견소” 라고 표기된 건물.
지금은 거대한 폐허.
좋아하는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요코하마 건물 베스트 5″중 하나로 꼽았던 건물이라 찾아갔던 것이었는데, 폐쇄되어 겉모습만 구경할 수 있었고, 그래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시간과 체력의 투자에 비해 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 허탈하기도 했는데요. (안개님께 죄송)
하지만 건물만 생각하지 않고 건물에 다다를 때 까지 겪었던 과정에서 보았던 여러 풍경들을 생각하면 제법 이색적인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질적인 미군기지와 커다란 잔디공원을 지나치면서, (부분적이긴 하지만) 엇비슷한 역사적인 체험으로 인해 놀랍도록 유사한 풍경을 빚어지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1920년대라는 저에게는 익숙치 않은 시대에, 동경의 위성도시인 요코하마, 그 요코하마에서도 한참 변두리에 난데 없이 이런 거대한 시설이, 그것도 “경마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뚝 세워졌었다는 사실 앞에서 잠시나마 아득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