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7_가산디지털단지

금천구패션의거리 조성 사업 (클릭!) 관련하여, “가산디지털단지” 에 다녀왔다.

img_653253_1361445_8

지우고 덧씌운 글씨들은
지우고 싶어하는 과거와 새롭게 쓰고 싶어하는 미래를 말해주는 듯.

과거를 완전히 지우는 일은
가능하지 않기에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옛 글자들처럼.

img_653253_1361445_4

나부끼는 플랭카드들은 “뜬 벽” 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듯 하여 기분이 살짝 좋아지기도.

img_653253_1361445_6

“가산디지털단지”가 아직 “가리봉”이었을 시절,

1998년 겨울이었던가.
나는 이 곳 이벤트 할인 매장에서 2,3주 동안 매장관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지금은 “SG 어쩌구”하는 이름이지만, 그 땐 “세계물산”이었던 의류 회사.
예전에 제법 날렸던 “옴파로스”라는 브랜드로 유명했던.

그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다.

다시 찾아가 보니 그 때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되살아 나더라.

하루 12시간이 살짝 넘게 일어서 있느라 다리가 아팠던 기억이라던지.
차곡차곡 쌓아놓은 옷들을 습관적으로 뒤적거리며 어지럽히는 아줌마들과 신경전을 벌이던 기억이라던지.
구매욕을 자극한다며 시끄럽게 틀어놓은 당시유행가들에 대한 기억이라던지.
저녁 8시쯤에 나오던 빵 하나 우유 하나 의 간식에 눈물 핑 돌던 기억이라던지.
인력관리업체로부터 반나절 어치의 일당을 억울하게 떼여서 이를 바득바득 갈던 기억이라던지.

10년의 세월 동안,
“가리봉”이 “가산디지털단지”로 변하는 동안.
나도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조금은 변했겠지.

img_653253_1361445_0

해당 사업 부지 바깥이긴 하지만,
끌리는 풍경을 발견하고,
아주 오랜만에 사진 찍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img_653253_1361445_2

115장의 사진을 찍었다.

img_653253_1361445_3

예전에는 공장.. 혹은 창고의 실내 바닥이었는데, 건물은 헐리고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img_653253_1361445_5

곳곳에 쌓여 있는 눈덩이들과 더불어, 기묘하게 비현실적인 풍경을 자아내더라.
오랜만에 몰입했다.

img_653253_1361445_1

샛길과 옛 공장들을 이용한 “마리오아울렛” 은 의외로 굉장히 잘 작동되고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겠지.

img_653253_1361445_7

지우고 싶어하는 과거와 새롭게 쓰고 싶어하는 미래.
그 사이에서 살살… 뭔가를 말이지… 음…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