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체르베니카멘/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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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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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을 배경으로 단순한 선처럼 표현되고 있는 손스침이 보기 좋았고, 한편으로는, 벽을 가득 채운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벽의 역할이라고 하면, 비바람과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고, 공간을 구획하여 쓰임새를 담는다는 것 등을 우선 떠올리게 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이야기를 기록하여 후세에 전달한다는 의미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이야기를 담아서 전달하기 위해 지어진 듯한 건물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를 담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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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층을 연결하는 계단 언저리는, 흔히 보는 계단실이나 로비, 홀 등에서의 구성과 얼핏 비슷해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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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건물 유형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복도’와 ‘방’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병원, 호텔, 학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쭉 뻗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벽으로 나뉘어진 방들이 나열되는 형식이 아닙니다. 그냥 방들의 연속인데, 문과 문을 연결하는 동선의 영역이, 오직 바닥에 깔린 양탄자를 통해, 마치 복도처럼 암시되고 있을 뿐입니다.

당연한 듯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방-복도 식의 유형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계급이 세분화되고,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이 복잡해짐에 따라 다듬어져서 만들어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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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층에서 보았던 것처럼, 벽이 워낙 두툼하다 보니, 건물 안팎을 관통하는 창문 언저리 또한 두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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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로부터 들어오는 빛에 물들어, 어두컴컴한 내부 공간에 대조되어, 창문 언저리가 ‘빛의 공간’, ‘빛의 방’이 되는 효과가 생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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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와 보이드, 음과 양이 역전되어, 빛의 볼륨이 양감을 띄면서 도드라지는 효과가 나는데, 잘 알려진 대로, 르 코르뷔제의 롱샹 성당에 응용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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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구분 없이 줄줄이 연결된 방에는, 영화로웠던 과거를 보여주는 온갖 보물들이 놓여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컬렉션이 되는 것이고, 성은 박물관이 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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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방에는 온갖 병장기류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좀 더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워낙 개인적인 관심사라, 후루룩 넘어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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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바닥은 돌로 포장되어, 여기가 건물 속인지, 길바닥인지 헷갈리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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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기류가 전시되어 있었던 막다른 방의 반대편, 또 다른 막다른 곳에는, 아주 커다란 방이 있었습니다. 디귿자로 꺾어지는 양탄자가, 이 방이 막다른 방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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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을 전시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공간 속, 원래 점유하고 있던 방식 그대로 놓여져 전시되는 방식. 장소의 의미, 유물의 의미 모두 생생히 전달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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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뚫려있는 창문들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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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과 창문 언저리의 깎여진 공간, 창문 앞과 옆에 놓여있는 가구들과 가구 위에 놓인 소품들까지. 여러 요소들이 맞춤처럼 짜여져, 장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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