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01

동대문디자인플라자/01

‘서울시 디자인레터’에 실릴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안개님과 함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디디피’)에 다녀왔는데요. 그 내용을 정리해서 일단 여기에 먼저 올립니다.

아시다시피 디디피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이루는 지형의 일부로 조성되어, 사방에서 접근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습니다. 덩치도 크거니와 출입구도 여럿이고, 또 내외부의 공간이 다양한 레벨에서 입체적으로 엮여져 있는지라,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낼 것인가’ 라는, ‘관찰의 시퀀스’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겠는데, 지하철역으로부터 들어가는 것으로 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흔히 접하는 지하철역 지하보도의 풍경입니다. 맥락이 지워진 ‘무균 공간’을 걷다 보면, 문득 살짝 기울어지는 완만한 형상의 입구와 마주하게 됩니다. 디디피가 홀로 ‘잘 나가지’ 않고, 성공적으로 주변 동네와 함께 공존하며 활력을 퍼뜨리기 위해서, 우선 이 지하보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공간은 평범한 지하보도와는 어떻게든 다르게 디자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깔끔하고 지루한 통로로 끝내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통로를 겸한 어떤 다른 기능이 함께 부여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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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기울어진 기둥윤곽과 둥글게 말려들어가는 경계부분처리가 디디피의 디자인 정체성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문을 통과하면 열주로 이루어진 또 다른 경계와 마주하게 됩니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동하는, 가슴 벅차도록 극적인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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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마주치게 되는 것은,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육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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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스케일을 넘어서는, 토목 스케일의 크기인데요. 얼핏 과장된 몸짓으로 보이는데, 건물을 주변 도시 맥락과 연결하여 묶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건물의 형상이 워낙 떠다니듯 유동적인 이미지인지라, 강하게 묶어주는 몸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음직합니다.

널리 알려진 조감도의 시점에서는, 이 육교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교차로’에서 디디피로, 대각선 방향으로 연결되는 상황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사실, 육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부터의 지상 유동인구 량은 그다지 크지 않고, 당분간은 그리 크게 늘어날 것 같지도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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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육교의 흐름이 제대로 ‘기능’하는 것은, 지하철역으로부터 직접 연결되는, 아랫부분입니다. 그래서 육교라고 말하기 보다는 지하철 연결통로를 이루는 회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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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상부의 ‘판’과 지탱하는 ‘보’의 접합부분이 살짝 접히듯 파여지는 식으로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결 가뿐해 보이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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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부드럽게 흘러가던 회랑은 살짝 휘어지면서 알루미늄 패널로 이루어진 디디피 본체로 스며들어갑니다.

어떤 부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짜맞추어 만들었는지, 즉, ‘구축’에 대한 정보가 최대한 감추어진, 그냥 둥글둥글한 허깨비, 흔히 이야기하는 우주선처럼 디자인된 건물이지만, 이런 장면에서는 익숙한 수법을 만난 듯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바닥판은 알루미늄 패널 스킨을 꿰뚫는 반면, 난간 부분은 스킨과 만나기 직전 끊어지는 모습입니다. 가끔씩 보이는 이런 식의 연출이 건물의 이미지를 야무지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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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받드는 기둥과 바닥을 이고 있는 보가, 마치 모노코크 구조의 비행기나 자동차 뼈대를 연상케 합니다. 벽과 천정에서 되풀이되는 조형어휘가 방향성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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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편으로는, 기둥마다 놓여있는 작은 화분이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기껏 힘들여 연출해 놓은 역동적인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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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거닐다 보면 여러 동선들이 발견되고, 또, 건물본체가 이리저리 휘감기듯 접히는 모습도 보이는데, 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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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시점에서의 이런 장면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넓게, 그리고 정처 없이 꿈틀거리는 ‘건물의 아랫면’을 만나는 기회는, 아마 전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입니다.

모니터 속 라이노 모델링 화면이 그대로 실체화된 풍경입니다. 수 없이 다듬어졌을 모델링이겠는데, 그래도 얼핏 조금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아주 가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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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끈하고 둥글둥글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마감 패널 계획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지루함을 덜어내고 스케일 감각을 전달하기 위한 패널 나뉨 계획.

이 곳에 포스팅에 대한 감상이나 의문을 남겨주시면 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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