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뚜르대성당/빛

말씀드린 것처럼 뚜르에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왔어요.

파리에서 뚜르까지 한시간 남짓 걸리는데요.

갈 때에는, 내 검표 차례가 되기 전에 도착해서 내리는 바람에 표 검표를 안 했고,
올 때에는, 아예 차장이 검표하러 다니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유레일 패스를 사용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어요.
유효기간이 17일까지인데. 그 때까지 한 번 더 표를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는 말이죠.
(내게도 이런 행운이….^^;)

그래서 다음 주말에는 대한항공 씨에프로 유명한 “몽셸미셀”에 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뚜르에서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보았는데.

가이드 투어를 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뚜르시내를 간단히 둘러 볼 수 있었거든요.
(아.. 가이드 투어는… 해보니까, 역시 할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가이드 투어는 하지 않는게 좋겠다.. 라는 교훈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입니다.)

헤메고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헤메기도 했지만.
아무튼 우연하게 뚜르 대성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파리의 노틀담에서는 솔직히 실망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래서, “고딕양식이 내 취향에는 안 맞는 것인가 보다…” 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뚜르대성당에 가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때마침 일요일이라, 한창 미사가 진행중이었는데요.
거의 울 뻔 했어요. 너무 너무 좋아서.

여러가지 느낀 점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다른 측면에서의 이야기꺼리들은 다 제쳐두고, 일단 “빛”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써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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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외관인데요. 왼편에 견고하고 투박한 넓은 면의 벽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로마네스크양식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오는 전환기의 흔적이 아닐까….
무식하고 과감하게 넘겨짚어봅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다던지, 아니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고 계신다면 주저말고 말씀해 주셔요….)

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글을 올리면서 유심히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희한한 고딕양식처럼 보입니다.
정통 고딕양식이 아닌. 그냥 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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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 글라스인데. 실제로 보면 그럴듯합니다. 유리 안의 사람들이 꿈틀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고딕성당은, 중세인들을 위한 가상체험시설, 총체적인 멀티미디어 가상현실체험 장치라고 간단하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자체가 악기의 일부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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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도 좋았고, 스테인드 글라스도 좋았고, 예배당안에 울려퍼지는 환상적인 “소리”도 좋았지만, 가장 감동을 준 것은, 건물 곳곳에 내려 꽂히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막 통과한 햇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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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고딕성당은 요소들이 아주 미세하게 분절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빛의 신비로움이 더욱 증폭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빛이 더더욱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투영되는 표면이 울퉁불퉁하니까.

무슨 성령이 “빛”으로 강림해 내려와서 둥실둥실 떠다니다가 기둥에 잠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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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비슷한 사진들이고 중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것저것 가리면서 추려내고 싶지 않아서, 아주 엉망인 사진들만 빼고 다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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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무슨 색색의 형광도료들을 엎질러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요.<BR>분필가루들을 엎질러 놓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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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이지만…
돌표면의 흠집들을 유심히 바라보면, 샤또벵상 이벤트에서도 이야기한 것이지만,
굉장히 “무른” 돌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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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대보니, 손도 같이 물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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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난간 등, 각종 철물들도 물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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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법원에서 보았던 바닥 패턴과 비슷한 것인데요….
(아… 정리해서 올릴 사진들이 쌓이고 쌓였는데… 감흥이 많이 퇴색하기 전에 다 올려놔야 할텐데… )
베이지색의 돌과 검은 색의 돌이.. 밟았을 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베이지색은 약간 푹신한 느낌이 들고, 검은 돌은 단단한 느낌이 들고.
마모된 정도도 다르고요.
그래서 걷는 즐거움이 배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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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다양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다양한 색깔의 빛무늬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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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는 사진. 구도 같은 것은 어설프지만, 벽에 그려진 빛이 너무 예뻐서.
특히 이런 장면을 보면, 가로수 잎 사이로 햇볓이 떨어지는 장면이 연상이 됩니다.

아무튼,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고딕성당에서는 스테인드 글라스만 주목하지 마시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머무는 곳에도 한번쯤 주목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다음글에서는 고딕성당의 내부 공간에서의 느낌과 가로수길에서의 느낌…. 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루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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