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화재사옥/01

세종로 현장에 파견나와서 일하고 있는데요. (참조글참조)
교보문고와 청계천, 세종문화회관같은 문화 인프라가 막강하고,
유명한 맛집들이 즐비한지라,
요즈음은 적잖게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그동안 가끔씩 지나치면서 멀리서 일방적으로 “흠모해오던” 건물을 매일 곁에 두고 지켜볼 수 있어서 또한 행복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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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에 면해 있는 현대해상사옥이 바로 그 건물입니다.
몇 년 전에 정림건축이라는 건축설계사무소에 의해 리노베이션된 건물인데요.
여러차례 건축 잡지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었죠.

이순신장군 동상, 그리고 멀리 광화문과 경복궁에 밀리지 않는 위엄과 무게와 기품을 가진, 그러면서도 진부해 보이지 않는, 세종로 인근의 유일한 건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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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의 골목길의 어지러움을 묵직하게 정돈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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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덩치와 칼에 베일 듯한 반듯함으로 무질서를 진압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자잘한 풍경 속에 큰 무리 없이 녹아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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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각도에 따라 입면의 입체 패턴은 선들의 집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점들의 집합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해서 풍요로운, 깊고 좋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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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건너편 동화면세점에서 바라본 장면인데요.
대지의 윤곽에 맞추어 최대한의 용적을 확보하기 위해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층 오피스 건물의 경우, 아무래도 리노베이션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애매한 각도로 꺾어지는 둔한 조형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내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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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 건너편, 교보생명 빌딩 모서리에 서 있는 “비각”의 지붕과 겹쳐 보이는 장면인데요.
둘이 제법 잘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건물이 뉴욕이나 파리에 들어선다면 적잖게 어색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려고 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동경이나 북경에 서있어도 좀 이상할 것 같구요. 대한민국 서울의 세종로, 딱 이 곳에 서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마도 한국고건축, 특히 인근의 고궁에서 친숙하게 접해왔던 화강석을 소재로,
나무 부재 짜맞춤을 연상케 하는 입면 패턴을 구사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현대해상사옥과 비각 모두,
단면과 깊이가 느껴지는 자잘한 부재가 반복되며 짜맞추어지는 상황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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