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그리고 몇 주전 갔었던 퐁피두센터…
워낙 유명한 건물이라 여기서 시시콜콜히 다룬다는 것은 좀 우습기도 하고….
그냥 제가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올립니다.
우선 놀랐던 것은 전면의 광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가팔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간이 아주 “밀도깊게” 느껴졌어요. 긴장감이 충만한…
전면의 모습. 멀쩡한 사진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정말 대단한 건물입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죠?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지금 봐도 모던하게, 전위적으로 보입니다.
파리 가이드북에 퐁피두센터를 아주 적절하고 간명하게 설명해 놓았더군요.
“내부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건물의 안과 밖을 뒤집어 놓았다. (inside-out)”
고무풍선같은 것을… 주둥이를 넓게 벌리면서 살살 뒤집으면…. 안쪽면과 바깥면이 뒤바뀌잖아요. 딱 그런 상황이죠.
이렇게 찍으니 전면 광장이 얼마나 기울어진 광장인지 알 수 있죠.
왼쪽에 누워있는 사람이 보입니다만, 딱 이렇게 누워서 한 숨 자기에 아주 적당한 정도의 경사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바닥에 퍼질러 주저앉거나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이 길거리 곳곳에 있다는 것… 그런 분위기…. 그런 것이 한여름 파리의 매력들 중 하나입니다.
교헤이가 말하길, 렌조 피아노가 이 광장을 디자인하면서 이탈리아의 어느 광장 (아우 생각이 안나네.. 아주 유명한 기울어진 광장있잖아요)을 참조했다고 하네요. 그 광장의 기울기를 거의 그대로 따왔다고 합니다.
한동안, “기울어진 광장”이 한국건축계의 주요한 이슈였었죠.
아주 간단한 공간 조작으로 어떤 특정한 상황을 유도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상층 (프랑스에서는 2층을 1층이라 부르고, 1층을 지상층, 즉 0층이라고 부릅니다.)
내부 로비에서 전면 광장을 바라본 모습.
거짓말처럼, 광장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라던가 퍼포먼스 등이 그대로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더군요. 바닥판을 약간 기울임으로서 상황이 이렇게 다이나믹하게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뭐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렇게 설레발이람.. 이라고 생각되신다면, 전면의 광장이 기울여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세요. 이 광장의 진가가 실감이 갈 겁니다.
이런 상황…. 이런 건물을 그동안 얼마나 꿈꾸어 왔었는지. 특히 학교 다니면서 나름대로 공모전 준비하며 설계할 때마다, 습관처럼 무슨 이벤트가 확장되고 어쩌고… 그걸 자연스럽게 건물이 담아내고…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죠.
현대무용 퍼포먼스.
그렇게 즉각적으로 이해하기가 쉬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의외로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주 진지하게 구경하더라구요.
막 온 몸을 비비꼬아 대면서 옷을 벗고 다른 옷을 입고, 가면을 썼다가 벗었다가 하기도 하고… 무용에 별 조예가 없는 저에게도 꽤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왼쪽에 보이는 붉은 색 천쪼가리를 텐트처럼 세우고 주저앉아있는 검은옷의 대머리 청년이 퍼포먼스의 주인공입니다. 막 공연을 끝내고, 공연료를 수거한 다음, 이렇게 공연장비들을 정리한 뒤 주변을 멍하니 둘러보면서 명상에 잠겨있구요.
저 붉은 천을 바닥에 펼쳐 놓으면 위에서 보신 것처럼 그대로 무대가 되는 것이죠.
역시 기울어진 바닥처럼, 아주 간단한 요소로 공간의 성격을 손쉽게 뒤바꾸는 경우이죠.
“내가 이 곳을 점유했다!” 는 표현입니다.
참으로 “건축적인” 장치입니다.
근처에서는 퍼포먼스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공연가가 나서서 다른 공연을 시작하더군요.
사람들은 또 그쪽으로 몰려들고.
광장을 사용하는 예술가들 사이에 어떤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누가 한참 무엇인가를 할 때에는 방해하지 않는다. 그대신 한 사람이 어느 정도 이상의 시간을 독점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이 끝나면 기다리던 다른 사람이 자기 것을 시작한다. 그런 식의 합의.
퍼포먼스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방금것처럼 현대무용도 있고, 대중적인 마술쇼도 있고. 어설픈 차력쇼 같은 것도 있구요.
음악공연도 있고.
지상층 로비의 전경.
기둥이 없는 광활한 공간.
예술을 위한 공장. 혹은 쇼핑센터.
퐁피두-메츠… 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어요.
요즈음 세계건축동향에 대해 굉장히 무지한지라, 처음엔 이게 뭔지도 몰랐죠.
퐁피두 센터의 컬렉션이 너무 많아서, 메츠라는 곳에 두번째의 퐁피두 센터를 지으려 한다는 것이고. 그 디자인을 국제현상에 붙였는데, 최종 경쟁으로 여섯개의 팀이 올라왔구요.
그 여섯개의 팀이 시게루반, 헤르조그, foa, 페로, 그리고 아무개와 아무개….
당선자는 시게루반.
이 또한 생각지도 못한 진수성찬이었습니다.
언제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구요…
아아…. 참 재미나게 해 놓았습니다. 마음껏 즐기고 놀기 위한 예술센터.
여기에서도 그래픽 디자인의 저력이 드러나더라구요.
시설이름을 여러나라의 언어를 겹쳐 놓았는데, 프랑스어를 가장 눈에 잘 띄는 흰 색 또는 검은 색으로 해 놓았는데요.
아주 흥겹게 보이고, 잔치분위기가 나지 않습니까? 세련되기도 하고.
건축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천정에 푸른색의 파이프들이 보이잖아요.
푸른색은 공기, 초록색은 물, 노란색은 전기, 붉은색은 사람… 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통로입니다. 푸른색은 차가운 물, 붉은색은 뜨거운 물… 그런게 아니랍니다.